ADVERTISEMENT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주역 윤 형렬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 바람을 일으킨 ‘노트르담 드 파리’.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10월 막을 올린 한국어 버전 공연이 거둔 수확 중 하나라면 배우 윤형렬의 등장이다. 1집 음반을 낸 신인가수 경력이 전부인 그는 뮤지컬 첫 무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무대 장악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바로 콰지모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1월 서울 공연에서 ‘좀더 성숙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를 2007년 끝자락에 만났다.


- 서울 공연을 앞둔 소감은.
“기대가 크다. ‘코로네이션 볼’ 공연을 통해 살짝 맛을 본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설렌다. 하루빨리 3000여석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를 받고 싶다. 배우로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어떤 배우에겐 ‘꿈’일 수 있는 무대란 생각에 조심스럽다.”
‘코로네이션 볼’은 지난 6월 해외 성악가들이 내한해 프랑스의 대표적인 뮤지컬 곡들을 클래식 버전으로 선보인 공연이다. 윤형렬은 이 공연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판 콰지모도로 잠깐 무대에 섰다. 김해와 고양에서의 공연을 마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1월 18일부터 2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 첫 뮤지컬 무대인데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다.
“열심히 했다.(웃음) ‘콰지모도’ 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나의 음색이나 음역이 바보스럽고 순수한 콰지모도의 캐릭터와 닮았다. 실은 성격도 비슷하다.”

- 노래로만 이뤄진 뮤지컬이라 해도 연기가 배제될 순 없지 않은가. 가수니까 노래는 자신 있다고 해도 연기가 부담되지 않았나.
“대사가 있는 뮤지컬이었더라면 더 헤맸을 것이다.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노래는 분명 다르다. 가수는 테크닉과 순간적인 감정에 신경을 쓴다. 반면 뮤지컬 배우에겐 정확한 가사와 느낌 전달이 중요하다. ‘말하듯 노래해야 하는’ 뮤지컬 무대가 처음엔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지금은 감정표현에 적극적이고자 한다.”

- 한국판 첫 콰지모도다.
“오히려 좋다. 앞선 콰지모도가 있다면 항상 그와 비교될 것이 아닌가.(웃음) 오리지널에 대해선 관객들도 대개 호의적인 것으로 안다. ‘그래도 오리지널이 낫다’란 평을 듣고 싶다. 제작사로부터 콰지모도 캐스팅 제의를 받은 직후 오리지널 공연실황 DVD를 통해 연습하는 것 외에 김법래 선배(콰지모도 더블 캐스팅)의 도움이 컸다. 처음엔 무대에서의 동선도 제대로 찾지 못해 애먹었다. 그 때마다 선배가 일일이 수정해주었다. 뭐든 혼자 해내야 하는 가수와 달리 공동작업을 하는 뮤지컬이 그래서 좋다. 법래 선배에게 고마워한다는 말 꼭 써달라.(웃음)”

- 어떤 콰지모도를 보여주고 싶나.
“지금까지 19회 공연을 했다. 초기엔 야수나 괴물처럼 무서운 콰지모도를 염두에 뒀다. 관객들이 ‘귀엽다’고 하더라.(웃음) 분장한 내 모습을 봐도 무섭지 않더라. 지금은 불쌍하고 애처로운 면을 부각시키려 한다. 100회 정도의 무대에서 다시 무서운 캐릭터의 콰지모도에 도전해볼 생각이다.(웃음)”

- 콰지모도가 부르는 16곡 중 힘든 노래는.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2막과 달리 감정 하나하나를 끌어내야 하는 1막 무대가 힘들다. ‘아름답다(Belle)‘ ‘내 집은 그대의 집’ ‘물을 주오’가 가장 어려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컨셉트를 정했다. ‘내 집은…’에서는 성당 안에 들어온 에스메랄다를 살짝 훔쳐보며 부끄러워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한다. 에스메랄다 시신 옆에서 울부짖는 2막 마지막 곡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에서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최고조에 달한다. 발라드 가수 출신이어서 그런가 보다. 법래 선배의 무대를 보다가 무대 위로 뛰어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도 있다. ‘춤을 춰요…’는 혼신을 다하는 콰지모도의 독무대이기도 하지만 공연을 끝맺음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한 곡으로 공연의 전체 이미지가 가름되기도 한다. 책임이 크다.”
 
- 실수한 적이 있나.
“김해 마지막 공연에서 ‘춤을 춰요…’를 부르다 갑자기 ‘틀리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가사가 입에 배 무리없이 마무리했다.”

-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아니다. 지금이 슬럼프다. 김해 공연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대로만 했다. 무대에서의 여유가 생기면서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보이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긴다. 한번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 뮤지컬 배우로 계속 서고 싶다는 얘기로 들린다.
“가수와 뮤지컬 배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배우라는 게 아직 어색하지만 지금은 뮤지컬에 매진하려고 한다. 무대 위에서 진실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 공연의 성과가 좋으면 소속사에서 2집 음반도 내주지 않겠나.(웃음)”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윤형렬= 1983년생. 지난해 ‘기억의 나무’로 데뷔한 신인 가수다. 그해 12월 싸이월드에서 주관하는 ‘디지털 뮤직 어워드’에서 ‘이달의 신인상’을 수상했고, 지난 3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이달의 우수 신인음반’으로 선정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