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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인멸 미꾸라지 지능범 꼼짝마' 한국판 CSI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파일과 핸드폰 동영상 삭제, 혈액 바꿔치기 등 증거인멸을 일삼는 미꾸라지 지능범도 검찰의 과학수사망을 빠져 나가지 못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증거인멸을 시도하던 지능범들을 끈질긴 과학수사로 검거한 사례를 3일 발표했다.

◇삭제된 핸드폰 동영상 복구 성폭행범 검거

부산지검 동부지청 안동건 검사는 강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어 피해사실을 믿기 어려운데다 피의자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수사 초기 난관에 부딪혔다.

피의자는 모텔에서 흉기로 위협,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고 그 핸드폰으로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촬영하고 강간하면서 강간 장면을 동영상 촬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피의자는 피해자와 인터넷 사이트에서 원조교제로 만나게 됐는데 돈을 주고 서로 합의하에 성행위를 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의자와 만난 경위를 일관성 없이 진술을 번복하다가 결국 피의자 진술대로 (속칭 원조교제) 피의자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는 등 피해사실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했다.

검찰은 삭제된 피해자 핸드폰 동영상 파일을 복원해 피의자로부터 범행일체 자백받았고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추가 강간피의사실에 대해서도 범행을 자백받고 구속기소했다.

◇음주단속 모면 위해 혈액 바꿔치기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제1부 정우식 검사는 음주단속에 걸린 피의자 A씨가 혈액채취를 요구, 검사 결과 음주 사실이 나타나지 않아 경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의자의 직업이 간호사였고 혈액채취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즉시 국과수에 연락, 혈액 시료를 폐기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국과수는 감정 후 반환요구가 없으면 곧 시료를 폐기하기 때문에 조금만 늦었어도 시료는 폐기될 상황이었다.

이어 검찰은 혈액시료의 유전자와 피의자의 유전자를 대조하도록 지휘했고 대조결과 서로 다른 것을 밝혀냈다.

결국 피의자는 음주단속 당시 단속경찰에게 혈액채취를 요구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동료에게 혈액을 교체해줄 것을 부탁했던 '혈액 바꿔치기'를 자백했다.

◇이메일로 보낸 사진의 촬영일자 밝혀내 검거

C씨(40.여)와 Y씨(42)는 불륜 관계. C씨가 남편과 이혼한 이후 자신과 헤어지려고 한 사실에 화가 난 Y씨는 성관계를 촬영한 사진을 2006년 5월 C씨의 남편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C씨의 남편은 충격을 받고 이들을 간통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C씨와 Y씨는 간통죄 공소시효가 3년임을 알고 성관계는 했지만 2003년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입을 맞추자 경찰은 공소권없음(공소시효완성)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1부 김 훈 검사는 Y씨가 고소인에게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사진의 이미지화일을 분석하면 사진촬영일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해 이미지파일 분석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촬영일자가 2004년 및 2006년인 사실을 밝혀내 피의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쌍둥이 주장 휴대전화 추적 및 분석, 지문감식으로 검거

2007년 1월 귀가하는 사기 피의자 A씨를 검거했으나 A씨는 "자신은 일란성 쌍둥이고 이름은 한자까지 동일하지만 부모가 따로 키웠다"고 주장했다.

또 피의자와 다른 주민번호가 기재된 최근에 새로 신청하였다는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제시하고 아버지가 나타나 동일한 취지의 진술해 석방됐다.

부산지검 공판과는 A씨가 제시한 새로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관서인 서울 동대문구에 십지 지문을 검토한 결과 피의자의 지문과 흡사한 것을 파악하고 경찰 과학수사대로 연락, 정밀 분석한 결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결국 검거를 피하기 위해 3개월이 넘도록 아버지와 상의해 새로운 주민등록을 준비했다고 자백했다.

검찰 관계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옛말처럼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지능범들에게 검찰의 과학 수사는 항상 '나는 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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