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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섹스·미스터리·폭력 ‘3박자’ 지상파 못 넘보는 성인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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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대인의 성적 갈등을 조선시대로 끌고 들어간 사극 ‘메디컬 기방 영화관’.

 두루마기 사내, 가마환애, 호수토방(好秀兎房)…. 이를 요즘 말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바바리맨·카섹스·호스트바…. 케이블 영화채널 OCN에서 자체 제작한 10부작 사극 ‘메디컬 기방 영화관(이하 ‘메디컬 기방’)’에 등장한 용어들이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 조선시대라고 오늘날 같은 성(性) 문제가 없었겠느냐고 본다면 그럴싸한 상상력이다. 매주 화요일 밤 12시 방송되는 ‘메디컬 기방’은 3%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2007년 몰아친 사극 열풍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케이블표 사극 ‘메디컬 기방’의 색다른 맛을 살펴본다.
 
 ◆독특한 소재에 맛깔 난 양념=‘메디컬 기방’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은밀히 치료해 주는 ‘치색(治色-치료 수단으로서의 성관계)’ 기방이다. 성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던 부부, 가마 안이나 잔칫집 병풍 뒤에서 위험한 쾌락을 즐기던 부부, 어릴 때 화상을 입은 충격으로 양위증(발기부전)에 걸린 사내, 과도한 성생활로 기력이 쇠한 ‘카사노반’(눈웃음치며 여자들을 사로잡은 선비들의 종족) 등이 영화관에서 치색을 받는다. 치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력을 강화하는 혈자리’ 등 방중술 정보가 나온다.

 그렇다고 야하기만 한 건 아니다. 흥행이 잘되려면 갖춰야 한다는 3박자 ‘섹스·미스터리·폭력’을 겸비한다. ‘연쇄 성기 절단 사건’을 저지르고 영화관에 흘러들어와 기생이 된 주인공 연(홍소화)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추리 과정이 미드 ‘CSI’ 시리즈만큼 정밀하진 않지만 ‘아녀자 강간 사건’ ‘기생 연쇄 살인 사건’ 등 사건·사고가 잇따라 등장한다. 기생 연과 호위무사 운(최필립)의 사랑, 운을 짝사랑하는 수석 기생 매창(서영)의 삼각관계도 드라마의 뼈대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호위무사인지라 ‘1대 30’ 칼싸움은 기본이다.

 ◆패러디와 해학의 향연=“루애비통이나 패라가무는 없어요?” “물 건너 온 건 없어. 앙두래는 있지. 조선에서 옷을 제일 잘 짓는다는 사람인데….” 코믹 기생 단비(진서연)·애란(김세인)과 조 서방(이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이런 종류의 유머가 쓰인다. ‘꽃도령 마음 사로잡기’를 한다며 경쟁하고, 살을 뺀다며 녹즙을 먹곤 설사병이 나는 단비와 애란은 현대 여성의 자화상이다.

 조 서방은 정력에 좋다면 어떤 처방이든 기를 쓰고 해내는 캐릭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상시키는 코믹 동성애 코드, 영화 ‘원초적 본능’의 얼음송곳을 연상시키는 비녀 살해 장면, CSI에서 살해 현장을 단속할 때 쓰는 노란 선을 본뜬 ‘접근 금지’ 포승줄 등 드라마는 패러디와 해학으로 넘친다.

 의상이나 소품, 영상미도 지상파 사극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탄탄한 구성에 볼거리가 많다’ ‘부부가 같이 본다’ ‘고전의 옛맛에 섹시함까지, 기발하다’는 등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성민지 작가는 “지상파에선 다룰 수 없는 성인용 소재에 사극의 옷을 입힌 기획이 20~30대 시청자에게 어필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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