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성적 갈등을 조선시대로 끌고 들어간 사극 ‘메디컬 기방 영화관’.
◆독특한 소재에 맛깔 난 양념=‘메디컬 기방’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은밀히 치료해 주는 ‘치색(治色-치료 수단으로서의 성관계)’ 기방이다. 성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던 부부, 가마 안이나 잔칫집 병풍 뒤에서 위험한 쾌락을 즐기던 부부, 어릴 때 화상을 입은 충격으로 양위증(발기부전)에 걸린 사내, 과도한 성생활로 기력이 쇠한 ‘카사노반’(눈웃음치며 여자들을 사로잡은 선비들의 종족) 등이 영화관에서 치색을 받는다. 치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력을 강화하는 혈자리’ 등 방중술 정보가 나온다.
그렇다고 야하기만 한 건 아니다. 흥행이 잘되려면 갖춰야 한다는 3박자 ‘섹스·미스터리·폭력’을 겸비한다. ‘연쇄 성기 절단 사건’을 저지르고 영화관에 흘러들어와 기생이 된 주인공 연(홍소화)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추리 과정이 미드 ‘CSI’ 시리즈만큼 정밀하진 않지만 ‘아녀자 강간 사건’ ‘기생 연쇄 살인 사건’ 등 사건·사고가 잇따라 등장한다. 기생 연과 호위무사 운(최필립)의 사랑, 운을 짝사랑하는 수석 기생 매창(서영)의 삼각관계도 드라마의 뼈대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호위무사인지라 ‘1대 30’ 칼싸움은 기본이다.
◆패러디와 해학의 향연=“루애비통이나 패라가무는 없어요?” “물 건너 온 건 없어. 앙두래는 있지. 조선에서 옷을 제일 잘 짓는다는 사람인데….” 코믹 기생 단비(진서연)·애란(김세인)과 조 서방(이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이런 종류의 유머가 쓰인다. ‘꽃도령 마음 사로잡기’를 한다며 경쟁하고, 살을 뺀다며 녹즙을 먹곤 설사병이 나는 단비와 애란은 현대 여성의 자화상이다.
조 서방은 정력에 좋다면 어떤 처방이든 기를 쓰고 해내는 캐릭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상시키는 코믹 동성애 코드, 영화 ‘원초적 본능’의 얼음송곳을 연상시키는 비녀 살해 장면, CSI에서 살해 현장을 단속할 때 쓰는 노란 선을 본뜬 ‘접근 금지’ 포승줄 등 드라마는 패러디와 해학으로 넘친다.
의상이나 소품, 영상미도 지상파 사극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탄탄한 구성에 볼거리가 많다’ ‘부부가 같이 본다’ ‘고전의 옛맛에 섹시함까지, 기발하다’는 등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성민지 작가는 “지상파에선 다룰 수 없는 성인용 소재에 사극의 옷을 입힌 기획이 20~30대 시청자에게 어필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