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실명제安着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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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동산실명제 실시는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시행상의 부작용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이 제도의 골간을 만드는 작업은 비밀리에추진됐어도 거기에 살을 붙이는 작업은 공개리에, 여론을 들어가며 추진하기 바란다.금융실명제 다음의 경제개혁조치로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리란 예측이 있긴 했지만 비실명(非實名)부동산소유자가 받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우리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해치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는게 중요하다.이 제도의 안착여부도 여기에 달렸다고 본다.
부동산실명제의 핵심은 명의신탁(名義信託)의 금지에 있고,명의신탁 금지의 기본목적은 토지투기와 세금포탈을 원천봉쇄하는데 있다.이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앞으로의 입법과정에서 이 기본목적에만 충실해야 한다.공연히 국민의 기본권인 계약(契約)의 자유만 제한했다든가,선의의 비실명소유자가 피해를 봤다든가,산업용 토지매입의 길이 막히는 현상이 나타나면 이 제도는 실패하기 쉽다.다시 말해 투기와 탈세 목적이 아닌데도 비실명이 될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 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명의신탁의 금지가 위헌(違憲)소지를 안고 있다고우려한다.89년에는 실제로 그런 판례도 나왔다.조세를 회피할 목적이 없는데도 명의신탁에 무조건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세법은안된다는 「한정(限定)위헌」판결이 있었다.따라 서 부작용을 없애려면 유예조치나 경과규정을 두어 실명으로 전환하는 선의의 명의신탁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우리는 이미 개혁중의 개혁이라는 금융실명제에서도 차명거래(借名去來)를 단계별로 실명화한 경험이 있다.
부동산실명제는 필요한 제도인데도 그 이상적 명분에 도취한 나머지 필요이상의 대가와 진통을 초래하면 안된다.개인이 투기목적으로 자기 땅을 남의 이름으로 보유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이 제도의 실시로 음성세원이 발굴되고,매물이 늘어 땅값이 떨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그러나 이런 효과는 곧 가동될 토지 종합전산망의 활용으로도 가능한 일이다.명의신탁의 금지는 이 차원이 아닌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경과조치가 꼭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은 임직원 명의로 된 땅이 많다.이 방법이 아니고는 기업활동에 필요한 토지를 살 수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이런 종류의 차명을 해소하려면 상당한 유예기간이 필요하고,앞으로 토지취득을 쉽게 하는 토지정책의 혁신 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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