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일 대장성 개혁 감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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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직접 자른 시루떡을 당직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강재섭 대표,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당직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새해 첫날 ‘샌드위치 코리아’에서 벗어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1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다.

 이 당선자는 “허구한 날 ‘샌드위치가 됐다’고 하는데 2008년을 제대로 하면 10년 안에 일본을 따라갈 수 있고, 중국을 오히려 좋은 경쟁 파트너로 해 독자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국민은 우수한데 그동안 지도자들의 정신이 부족했다”며 “중국이 똑같은 조건에서도 지도자들이 제대로 돼서 발전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특히 이 당선자는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21세기에 걸맞은 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며 일본의 대장성 개혁 모델을 언급했다. “일본에 감탄하는 것이 대장성이다. 우리로 하면 재무부다. 대장성이 그 사회를 완전 지배하고 있었다. 그 대장성을 없애는 조직 개편을 했다. 일본 같은 전통적 관료 사회에서….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준비를 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을 대표하는 초엘리트 집단으로 상징되던 대장성은 각종 부패에 휩싸이고 시장 중심의 투명한 행정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대장성의 이름을 재무성으로 바꾸는 등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2001년 집행했는데, 이 당선자가 이를 언급한 것이다.

  이 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은 “당선자의 발언은 평소 강조해 온 것으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야 한다는 그 정신에 강조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대장성이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의 사회와 경제 권력의 핵심이었다. 지금은 대장성의 힘이 없어졌는데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 지도자는 하나같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 같다”며 “중국 국민은 얼마 안 있으면 미국보다 강한 나라가 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원들을 겨냥해 “부처 이기주의 따지고, 견해가 안 맞으면 뒤에서 딴소리하는 소아병적 생각을 갖고는 우리가 목표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당선자는 앞서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우리 한나라당이 잘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잘할 것 같다. 열린 마음, 밝은 표정으로 5년 후 한번 더 해야 된다. 잘해서 정권을 연장해야지. 꼼수로 연장하려면 안 되잖아요”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직접 시루떡을 잘라 당직자들에게 일일이 나눠 주기도 했다. 단배식에는 강재섭 대표,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당직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점심은 인수위원들과 구내식당에서 떡국을 함께했다.

◆이 당선자 5선 의원들과 회동=이 당선자는 이날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당 5선 의원들과 함께 2시간여 만찬을 했다.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박희태 전 부의장, 강재섭 당 대표, 김덕룡 전 원내대표, 정몽준 의원이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과거 얘기를 하며 머리를 식히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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