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출신 곽영남 할머니, 60년 만에 국내 형제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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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일본군 위안부 출신 곽영남(79)할머니가 60년 동안 헤어졌던 한국의 가족들과 재회할 수 있을까.

22일 한국정신대연구소에 따르면 곽할머니는 스무살이던 1944년 고향인 전남 담양군에서 동네친구 처녀 5명과 함께 중국 신양(信陽)으로 끌려가 1년6개월 동안 일본군 위안부로 생활했으며 곽할머니의 형제 4명이 한국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곽할머니는 일본군을 상대로 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을 하던 중 해방이 됐으나 귀국 절차를 몰라 중국에 남게 됐다.

홀로 어렵게 지내던 곽할머니는 65년 중국인과 결혼한 뒤 91년 남편과 사별했다. 곽할머니는 현재 중국 안후이(安徽)성에서 손자 부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정신대연구소 측은 "곽할머니와 가족들의 기억이 일부 엇갈리지만 곽할머니가 기억하는 여동생과 선친의 이름이 일치하는 등 가족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전남 광주에 살고 있는 곽할머니의 남동생 경록(75)씨는 이날 정신대연구소 측이 전달한 누나의 편지에서 아버지(1952년 작고)와 오빠.동생 등 가족(2남4녀)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누나의 생존을 확신했다.

경록씨는 "44년 초 중국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게 전부인데 이역만리에서 그런 고생을 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위안부로 끌려간 줄은 더더욱 몰랐다"고 울먹였다.

전남 담양에서 이날 경록씨의 집으로 올라온 막내 여동생 남순(68)씨는 큰언니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순씨는 "돌아오기로 한 언니의 나이가 원래 알고 있던 나이와 두세 살 차이가 있어 아직 미덥지 못하다"면서도 "직접 만나면 왜 소식 한번 없었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대연구소는 다음달 하순께 곽할머니가 가족과 재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정신대연구소 측은 "곽할머니의 국적이 '조선'(북한)으로 되어 있어 법무부 등의 협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서울=천창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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