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ㆍ호남당은 괜찮고 충청당은 안 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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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05면

최정동 기자

“10석 미만에서 70∼80석 이상까지 사람마다 전망이 제각각이에요.”

‘昌당’ 합류하는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27일 만난 심대평(사진) 국민중심당 대표에게 ‘이회창 신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몇 석이나 얻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면서도 “충청권에서 많이 당선될 걸로 보고, 수도권ㆍ영남에서도 의석 확보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지지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현재는 신당 창당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수 신당을 표방하는 이 전 총재 측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제로섬’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성적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국 운영 방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국민중심당이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전 총재뿐 아니라 이명박 당선자 측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았던 것도 그래서다. 국중당은 왜 이회창을 택했을까.

“이 전 총재가 당선될 가능성은 좀 더 낮았지만 표의 결집은 상당히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특히 당선되든, 안 되든 함께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합의가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솔직히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뭐, 그게 아니라고 하면 좀 이상하죠”라며 시인했다. 국중당은 소속 의원 4명이 모두 충청 지역 출신이다. 심 대표 자신은 관선을 포함해 충남지사를 네 번이나 지냈다. 이 전 총재는 충남 예산에 선영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명박 당선자에게 근접한 득표율을 올린 것은 충청권뿐이다. 그렇다면 이회창-심대평 연합을 통해 자민련 이후 쇠퇴한 ‘충청당’을 재건하겠다는 생각이었을까.

“저는 충청권 정당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게 못마땅해요. 어느 당이든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전국 정당으로 나가는 것이죠. 그럼 호남에 의석이 없고, 충청은 3석에 불과한 한나라당은 경상도당입니까. 그런 기준이라면 왜 전라도ㆍ경상도당은 되고, 충청도당은 안 됩니까.”

그는 “영ㆍ호남 기반 정당들의 극한 대립을 깨기 위해서라도 충청도의 ‘중용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충청 출신 정치인들의 대부 격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전 총재를 선택한 뒤 한 번 찾아뵈었어요. ‘좀 기둘리지 그랬어’라고 하시더군요. 그분이 선거 기간 중 하신 말씀에 대해 섭섭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개표 방송 때 한나라당사에 가서 앉아계신 걸 보니 그건 참 마음이 안됐더라고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화제를 지역에서 이념으로 돌렸다.

-10년 만에 보수 진영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는데 왜 또 보수 신당이 필요합니까.

“부패ㆍ오만을 막으려면 견제 세력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5년 뒤에 또 노무현 정권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오만하다는 건가요.

“이명박 당선자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내에) 말로 사람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있는 게 문제예요.”

그는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대선 과정에서 국중당을 ‘구멍가게’에 비유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큰 빌딩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밑에서 구멍가게 하는 사람에게 지나가면서 ‘그 구멍가게 나에게 넘겨, 인마. 그런데 비싸게 부르진 말고 팔아’라고 했다고 생각해 봐요.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그에게 역으로 내년 총선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탈 세력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언제 어떻게 이탈하느냐가 문제죠. 그쪽에서 버린 카드를 우리가 줍는 형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개인적 생각이지만 공천 탈락자가 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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