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 전당대회 두번개최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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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이기택(李基澤)대표는 연초 제주도로 가려고 했다.4일출발해 3박4일 정도 쉬려고 했다.李대표의 제주행은 심상치 않았다.과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민자당대표시절 제주와 마산행,이민우(李敏雨)신민당총재의 온양행을 연상케했다 .「파국」을 의미했던 것이다.
李대표는 그러나 2일 제주행을 돌연 취소했다.그래서 민주당사태의 가닥이 잡혔다는 관측이 나왔다.신년 연휴기간중의 접촉에서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소문도 곁들여졌다.곧이어 당내 최대현안이던 전당대회 시기문제를 놓고 동교동계와 李대표 가 지자체 선거를 전후해 두번 전당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주류 내부의 갈등은 일단 확전에서 봉합국면으로 선회하는 모습이 됐다.李대표는 2월전당대회 주장을 관철했다.지도체제 문제에도 李대표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될 전망이다.정기국회개회이래 12.12정국을 거치며 그가 노렸던 당내 위상강화 목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양측의 합의 이면에는 지자체 선거후 전당대회에서 李대표의 재선을 위해 협조한다는 또다른약속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동교동계도 일단 당이 깨지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불만이 없다.당의 최대 주주라는 위상에도 변화가 없다.당의 내분봉합으로 지자체 선거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그 과실의 상당부분 역시동교동 몫이 될 것이다.이같은 절충안을 동교동측 이 제시했다는대목을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이다.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이 정쟁(政爭)의 시비 가운데 상처받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뒀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낙관적 전망은 성급하다.전당대회 시기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당권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하다.李대표는 『2월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2월에는 단합대회 형식의 전당대회를 갖자는 동교동의 생각과는거리가 있는 주장이다.당초 동교동은 2월에는 당헌등 지도체제문제만 정비하고 당권은 8월 전당대회때 결정한다는 구상이었다.그래서 전당대회를 나누어 개최한다는 합의가 나오면 서 동교동의 계획대로 상황이 진전된다는 관측이 당내외에 퍼졌었다.여기에 李대표가 제동을 건 것이다.
李대표의 제동에는 불신이 담겨있다.그가 주장하던 당권전당대회를 지자체선거후로 미뤄서는 실질적으로 아무 소득도 없다고 보는것이다.지도부선출을 지자체선거후로 미룸으로써 뒷맛을 남기려는 동교동의 태도가 앞날에 대한 어떠한 낙관도 불허 케하기 때문이다.때문에 지자체 선거전에 자신의 위상을 확실히 해둬야겠다는 李대표의 고집은 흔들릴 것 같지 않다.李대표는 동교동이 지자체선거후에는 다른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다.
더구나 2월전당대회에서는 야권통합도 일부 있을 것으로 알려진다.이종찬(李鍾贊)새한국당대표와 신민당 출신의 일부의원,김근태(金槿泰)씨등 재야가 민주당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李대표는이 경우 동교동의 선택폭이 넓어진다고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의 합의가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동시에 장기적으로도 金이사장의 복귀 가능성이 남아있는한 李대표의 위치는 계속흔들릴 것이다.이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李대표의 전의(戰意)는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동교동의 李대표 다독거리기도 한계가 있다.동교동은 아직李대표를 대통령후보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이럴 경우 李대표의효용은 한시적이라는 얘기가 된다.당권결정문제를 둘러싼 동교동과李대표의 줄다리기가 어느 방향으로 결말지어질 지 모르나 대권에관해서는 문제가 다르다.
따라서 지금 봉합이 된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가여기에 있는 것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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