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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주인공 같지만 알고보면 터프한 남자 강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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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24)은 순정만화에서 방금 걸어나온 듯하다. 그런데 여느 미남 배우와는 색깔이 좀 다르다. 경상남도 창원 출신이라는 이 배우는 꽃미남의 세련됨 대신 순수.순박함이 매력이다. 질문을 하면 예의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흘려가며 머리를 쓱 한번 긁고는 "허허~그건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한다.

그런 '서울내기'같지 않고, '강남 청년'같지 않음이 연기의 폭을 넓혀 주는 지 모른다. 타고난 외모 때문에 백마 탄 왕자 같은 트렌디 드라마 주인공도 어울리지만, 신작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처럼 어리숙한 시골 약사도 맞춤이다. 사기 9단의 여주인공에게 당하기만 하는 순진남이 그가 이번에 맡은 역이다.

코미디 연기의 감을 확실하게 익힌 김하늘은 제 몫을 다하리라 점쳐졌지만, 사실 강동원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면 반쪽의 우려는 접어도 좋다. 어눌한 말투를 연기로 뽑아낸 그에게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지난 주말 개봉한 '그녀를…'를 놓고 강동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에 대한 편견을 버려"=그는 "착하다, 모범생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을 비켜간다. "제가 경상도 사투리로는 반항아 연기를 곧잘 합니다." 또 중학생 때까지는 학교와 집밖에 몰랐지만, 고등학생 시절에는 기숙사에 있으면서 월담도 해가며 추억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구도 그때 배웠다.

그는 또 "예쁘다"는 찬사를 듣는다. 그런 그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축구 선수였다니. 지금도 "축구를 계속하지 못한 것은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플레이스테이션용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으로 마음을 달랜다. 그의 포지션은 포워드(중앙 공격수).

이번 영화에서는 유독 맞는 장면이 많았다. 공부 잘 하고 착한 줄만 알았던 약사가 아가씨를 건드려 임신까지 시켰다는 오해를 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가석방돼 나온 사기꾼 여주인공 주영주가 가방을 잃고 갈 곳도 없어지자 벌인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송재호)에게는 어림없는 이야기. 강동원은 아버지를 비롯해, 고모부(임하룡) 등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는다. 그런데 그를 때린 배우들의 이구동성은 "맷집 좋다"였다. 극중에서 강동원의 정강이를 걷어찬 김하늘은 "아이고, 발이야"를 외쳤다나. 그는 강단있는 꽃미남이다.

◇"연기에 대한 욕심 끝없다"=2000년 그는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모델로 뭇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다 '위풍당당 그녀''1%의 어떤 것'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로는 '그녀를…'가 첫 작품.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시나리오로 삼은 '늑대의 유혹'도 찍고 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자꾸 커져 힘들다"며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엄살에도 불구하고 '그녀를…'에 강동원을 캐스팅한 배형준 감독의 평가는 이렇다. "'위풍당당 그녀'를 보고 강동원에게서 남자 주인공 최희철의 순박한 정서를 느꼈다. 그러나 코믹한 표정, 다양한 연기는 기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보면 볼수록 주연 배우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스타보다는 진정한 연기자에 대한 욕심이 느껴졌다." 상상 장면에서 '올빽'으로 머리를 넘기고, 거슴츠레한 눈으로 김하늘을 향해 "아흐~"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도 강동원이 만든 설정.

◇"'그녀를' 좋아한다"=그가 첫 영화로 '그녀를…'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좋아하지만, 최근 영화들이 엽기 코드로 흘러가는 방식은 불만이었다. 그래서 용강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동네 노인들에게 파스도 붙여주고 수다도 받아주는 다정다감한 최희철이 마음에 들었다.

또'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마당에 '그녀를…'같은 따뜻한 코미디가 극장 한켠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를…'는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는, 수작 코미디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엔 앞뒤 이야기가 자연스레 맞물리는 탄탄한 시나리오도 한몫 했다. 아 참, 강동원은 인기 스타답지 않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외국 유학 중인 여자친구와는 요즘도 전화 통화로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글=홍수현,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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