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 교섭과정 해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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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北韓)에 억류됐던 미군 헬리콥터 조종사 보비 홀 준위가30일 풀려났다.우선 석방됐다는 사실 하나만 보자면 인도적으로다행스럽고도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홀 준위가 석방되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그러한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평가로 끝낼 일이 아니라고 본다.석방을 위한 북한과 미국(美國)정부의 교섭과정에서 한반도의 장래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달갑지 않은 씨앗이배태됐기 때문이다.
그 씨앗이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당사자인 우리를배제하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북한의 논리에 미국이 한발 끌려 들어갔다는 점이다.판문점에서의 미군과 북한군 대표의 접촉,그 뒤를 이어 美국무부 부차관보가 평양(平壤)에 가 서 협상을 벌인 것은 사실상 그동안 북한이 주장해온 것을 모두 받아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미국정부는 북한과의 교섭과정에서 양보한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다만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하고 앞으로비슷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포럼」을 구성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히고 있다.美 국무부 당국자는 이 포럼 의 성격을 판문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군과 미군사이의 정전위(停戰委)가 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유감」이 아닌 「사죄」를 했으며,「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막기 위한 대책을강구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군부(軍部)접촉」을 하자는 요구에동의했다고 말하고 있다.물론 북한의 속성으로 보아 일방적으로 자기네에게 유리하게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측에서는 미국측이 북한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정부로서는 이와 관련해 미국정부로부터 분명한 해명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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