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인 게을러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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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에서 일본(日本)사람을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유일한 민족은 한국(韓國)사람이라는 칭송도 이젠 옛말이다.미국(美國)의 경영조사기관인 경영환경정보센터(BERI) 조사에서 올해의 한국노동력 평가순위가 비교대상 47개국중 24위로 나타났다.경쟁력이 가장 좋던 때는 85년으로 이때의 순위는 3위였다.
상의(商議)는 이 자료를 공개하면서 85년에서 91년까지 7년간 우리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4.4배였으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65배에 머물렀다고 밝혔다.龍이 지렁이가 됐다는 평가가 적중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원인을 배부른 뒤의 식곤증(食困症)과 비슷한 현상으로 이해하기도 한다.소득증가가 어느 선을 넘어서면 노동생산성 증가가 둔화되는 법이다.문제는 이 둔화현상이우리의 경쟁상대국인 일본.대만.싱가포르에 비해 너무 급격하다는데 있다.같은 기간 이들 국가의 노동 생산성은 임금상승률과 비슷한 2.3~1.8배에 이르렀다.
임금상승과 비교한 생산성 증가둔화 못지 않게 심각한게 또 있다.노동력의 질.효율성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20개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지난 10월 미국의비즈니스 위크誌가 세계적으로 노동환경의 변화가 진행중에 있다는현실에 주안점을 두고 조사한 결과다.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는 정보통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컴퓨터교육 강화등을 통해 이 변화에 잘 적응한 것으로 분석됐다.우리 기업들도 종전의 노무관리적측면의 대책보다 작업환경의 첨단 화에 시선을 돌릴 때가 됐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야 할 우리나라는 노동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인 경쟁력 향상이 시급하다.우리는 경제규모의 역동성(力動性)만 빼놓곤 선진국들과 겨룰만한 장점이 없다.우수한 인력으로 평가받는 우리가 왜 실무 일선에선 그렇게 되지 못하는가.우리의 나아갈 길은 우리 상품의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提高)밖에 없는데 그것을 뒷받침할 노동의 양질성(良質性)이 확보되지 못하면 아주 곤란하다.정부와 기업은 물론 근로자,모든 경제주체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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