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뉴욕의 맛 “굿모닝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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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명동엔 미국·일본에서 건너온 도넛 전문점 세 곳이 문을 열었다. 미스터도넛, 도넛플랜트뉴욕시티, 서던메이드도넛 등이다. 이들 도넛 전문점은 기존의 던킨도너츠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등과 함께 명동상권에서 ‘도넛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스터도넛 김미경 마케팅 대리는 “전문점이 아니라도 도넛을 파는 카페나 빵집을 합치면 명동엔 골목마다 도넛 집이 하나씩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베이글 종류를 하나 추가했다. 기존의 블루베리·양파·플레인 베이글에 건포도맛 베이글을 더한 것. 이 회사 박찬희 홍보팀장은 “아침 식사용으로 베이글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최근 베이글 판매량이 샌드위치나 케이크를 제쳤다”고 설명했다.

‘뉴욕식 아침문화’를 상징하는 베이글과 도넛·와플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빵들은 보통 개당 칼로리가 250~400㎉(베이글은 크림치즈 포함)에 달하는 고열량 식품들. 날씬해지려는 이에겐 별로 유익하지 않은 음식이지만 서울 명동·청담동·홍대앞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마다 도넛과 베이글·와플집이 넘친다. 식품업계는 올해 도넛 시장 규모를 2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1년 사이(지난해 1300억원) 53%나 커진 것이다. GS리테일(미스터도넛), CJ푸드빌(도노스튜디오) 같은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한 데다 미국 토착 브랜드 도넛플랜트뉴욕시티와 서던메이드도넛 등도 가세하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베이글 시장도 쑥쑥 커가고 있다. 이 빵은 제과점 등에서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질기고 퍽퍽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베이글을 주로 파는 베이글 스트리트 카페, 위치스 테이블 등 전문점이 생기고 커피 전문점 등에서도 많이 팔리는 등 인기 메뉴로 부상했다. 10년째 수제 베이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리안스베이글의 정경호 사장은 “지난해 하루 평균 2000여 개이던 주문량이 올해 4300여 개로 늘었다”며 “외국서 살다 온 이들이 특히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와플은 서울 삼청동·홍대앞·청담동 등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는 브런치 카페마다 주요 메뉴로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도넛·베이글·와플 바람이 뉴욕문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동경에서 기인한다고 해석한다. 최근 ‘헬로 뉴욕’이라는 고객 초대전을 기획한 신세계백화점 마케팅팀 정종환 대리는 “설문 조사 결과 미드의 영향으로 뉴욕식 라이프스타일이 20, 30대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생활에선 베이글과 카페라테, 패션에선 빅백과 플랫슈즈 등이 뉴요커 스타일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이 느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세 가지 빵이 모두 열량이 높은 편이어서 매일 장기간 먹게 되면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이 생길 수 있다”며 “날씬함을 유지하려면 채소와 곁들이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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