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요구르트 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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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강서구가양동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주부 權(32)씨는 지난달 이사하자마자 두 자녀를 위해 아침마다 요구르트를 집으로 배달시켜 먹고있다.매일 아침 요구르트를 찾는 아이들의 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어서 權씨는 일어나자마자 아파트현관에 배달된 요구르트를 챙기는 일로부터 상큼한 하루를 시작한다.하루는 배달아줌마가 오지 않아 아파트단지의 슈퍼마켓에서 요구르트를사올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값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달아줌마에게는 요구르트 65㎖짜리 한병을 95원씩 주다가 최근 들어 1백원으로 올려주고 있는데 슈퍼에서는 90원을 받고있었다.權씨는 집까지 배달해주니 슈퍼보다 그만큼 비싼 모양이라여기고 넘어갔다.
하지만 며칠뒤 여고 동창집에 놀러갔다가 그곳 슈퍼에서 80원을 받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다시 발동했다.친구는 심지어 70원에 산적도 있다고 했다.
權씨의 체험대로 요구르트의 유통과정은 복잡하게 얽혀있다.우선제조회사별로 유통경로가 다르다.국내요구르트시장의 60% 이상을차지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유업은 제품을 시중에 내다팔지 않고 가정이나 사무실에 배달해 주는 방문판매에만 의 존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남양유업.매일유업.서울우유.해태유업.빙그레.롯데햄우유등 다른 회사들은 방문판매보다 시중판매에 치중하고 있다.
또 한국야쿠르트는 판매원들에게 마진을 인정하는 대신 판매실적에 따라 수수료명목으로 1병당 22~23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따라서 판매사원은 회사에서 1백원에 출고된 제품을 그대로배달만 해주고 나중에 회사에서 보수를 받는 것이 다.한국야쿠르트에는 현재 9천3백명의 판매사원이 일하고 있으며 1인당 평균75만~8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반면 나머지 회사들은 유통단계별로 마진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일단 공장에서 1병에 52원씩 출고된 제품은 회사별로 1천여개에 달하는 대리점으로 나간다.여기에서 대리점은 병당 10원미만의 마진을 챙긴뒤 5~10명,많게는 20명씩 고용하고 있는 판매사원에게 60원수준으로 제품을 넘긴다.그러면 판매원은 다시 슈퍼마켓을 비롯한 일선 소매점포에 10~15원을붙인 70~75원으로 배달해주고 소매점은 20원 안팎의 마진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요구르트 유통이 반드시 이러한 틀안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회사마다 판촉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단계별로 넘어가는가격이 들쭉날쭉이고 덤핑물량이 적지 않아 일선 점포에서 판매가격이 70원까지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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