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에 의적物 바람-임꺽정.장길산.일지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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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답답한 사회현실 때문일까.의적을 소재로 한 드라마.코미디가 새해들어 잇따라 시청자를 찾아간다.
우선 SBS는 내년11월『임꺽정』을 방송사상 초유의 50부 대하극으로 내보내는데 이어 황석영 원작의『장길산』도 내년중 제작.방송할 예정이다.그런가하면 MBC는 1월6일『소년 임꺽정』을 신춘특집코미디로 방송하는데 이어 같은달 13일 부터는 정조시대에 활약한 의적 일지매를 주인공으로 한 풍자코미디『헬로!일지매』를 매주 금요일 7시10분 정규 편성한다.
홍길동을 제외한 조선시대 4대의적이 잇따라 주인공으로 화면에등장하는 셈이다.이같은 브라운관의「의적바람」은 잇따르는 세무비리와 대형사고에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의적들의 활약을 보여줌으로써「대리만족」을 안 겨준다는 방송가의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올가을부터 KBS에서 방송돼 기대이상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만드라마『판관 포청천』에서 풍자를 통한 사회비판극의「수요」를 인지한 방송사들이 자연스레 의적물「공급」에 나섰다는 것이다. 『임꺽정』을 기획한 SBS프로덕션 이해욱 이사는『소재제약이 심했던 80년대엔「암행어사」「포도대장」등 제도화된 인물을통한 반쪽풍자극에 그쳤으나 표현이 자유로워진 요즘은 폭넓은 풍자와 액션이 가능한 의적물이 방송사의 관심을 끌고있다 』고 말한다. 특히 궁중암투.야담류 일색인 기존사극에 비해 소재의 참신성.사회성이란 강점을 갖춘 의적드라마는 우리 사극의 질을 높일 대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아이디어 부재에 시달리는 코미디물 또한 의미있는 웃음과 기발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는 의적시리즈를 본격 활용할 방침.『헬로!일지매』의 경우 여자승객을 납치폭행한 택시운전사 온보현을 가마꾼으로 설정하는등 현대를 패러디해 웃음을 선사 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의적 드라마.코미디물은 의적의 불법성.폭력성을 미화함으로써 시청자,특히 청소년의 가치관을 전도시킬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또 민중문학의 대표작인『임꺽정』『장길산』이 안고있는 이데올로기를 무리없이 탈색해 표현하는 것도 제작진의 과제로 지적되고있다.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1년넘는 기획기간을 통해 원작과는 다른 독립된 드라마를 창출했으므로 걱정없이 봐도 좋을 것』이라답하고 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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