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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만 찔끔 감속 '캥거루 운행' 둔내터널에선 딱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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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던 회사원 K씨(35)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다는 내비게이션의 음성 경고에 잠시 속도를 시속 100㎞로 줄였다. K씨는 단속 지점을 지나자마자 시속 140㎞로 가속했지만 곧 또 다른 과속 카메라를 발견하고 감속했다. 이른바 '캥거루 운전'이다.

경찰청은 26일부터 영동고속도로 둔내 터널에 구간과속 단속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구간단속이 도입되는 곳은 하행선(서울~강릉 방면) 7.4㎞ 편도 2차로 구간이다.

구간단속은 일정 장소가 아닌 구간을 기준으로 통과 속도를 측정해 과속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단속 방식은 '캥거루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과속과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간단속 시스템 도입은 영국.네덜란드.호주에 이어 네 번째"라며 "예산이 부족해 강릉~서울 방면엔 설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내년 1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목포~서울) 9.0㎞ 구간과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서울~대구) 5.8㎞ 구간에서도 운영할 계획이다.

◆어떻게 측정하나=단속 구간의 시작 지점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찍고 지나간 시각을 측정한 뒤 끝 지점의 카메라가 통과 시각을 다시 잰다. 이어 두 카메라 사이를 달린 거리와 시간으로 평균속도를 계산해 낸다. 평균속도가 제한속도를 넘을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범칙금 통지서를 출력한다.

만일 한 차량이 단속 구간 시작 지점의 카메라를 규정속도(시속 100㎞)로 통과한 뒤 다시 가속해 3분 만에 끝 지점의 카메라를 지나쳤다고 치자. 이 차량은 시속 147.6㎞로 달린 셈이다. 이는 구간 길이(7.4㎞)를 통과 시간(180초=3분)으로 나눈 뒤 시속(3600초)을 곱해 나온 값이다. 결국 규정속도보다 시속 20㎞ 이상 초과해 벌점 15점과 범칙금 6만원 처분을 받게 된다. 시속 20㎞ 미만 초과라면 범칙금 3만원을 내야 한다. 이 구간을 4분26초보다 빨리 통과한 차량은 과속이라는 얘기다.

경찰이 지난달 한 달 동안 이 구간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5037건(하루 평균 228건)의 과속 차량을 적발했다. 평소보다 통행량이 50% 이상 증가하는 스키 시즌에선 단속 차량 대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철재 기자

◆캥거루 효과=과속 차량이 단속 카메라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가 단속 카메라를 지나치면 다시 속도를 내는 것을 말한다. 캥거루가 정지와 점프를 반복하면서 뛰는 것과 닮았다고 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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