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영화 출연으로 팬 사랑 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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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영화배우 윤정희 데뷔 40주년 특별전’에 참석한 윤씨가 영화배우 신성일씨의 헤어 스타일이 베토벤처럼 바뀐 배경 설명을 들으며 웃고 있다. [뉴시스]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감사해야 할 지. 여러분, 정말 고마워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영화 계속하겠습니다’라는 것입니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윤정희(64)씨의 입가에는 이날 하루종일 미소가 넘쳐 흘렀다. 플래시를 터뜨리는 팬들 역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윤정희 데뷔 40주년 기념 특별전’이다.

인터넷 팬카페를 비롯, 팬들이 직접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약 200명의 관객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젊은 스타의 팬미팅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아도, 쉴새없이 기념촬영과 사인을 청하는 열기가 그득했다.

이들은 윤씨가 주연한 ‘무녀도’(72년작)와 ‘강명화’(67년작)를 차례로 관람한 뒤 기념행사를 열었다. 디자이너 앙드레 김, 배우 안성기·유지인·강수연, 부산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기념행사에서 영화감독 김수용씨는 “윤씨는 데뷔 초기부터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배우였다”면서 “남녀 사이에 우정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 사이는 우정에 영화사랑을 더한 평생 친구”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안개’(67년)이후 약 20편의 영화에서 윤씨와 호흡을 맞춰왔다.

99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신성일씨도 은발의 퍼머머리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고전영화 상영에 이처럼 많은 관객이 온 것이 놀랍다”며 “윤정희·백건우 부부 덕에 지금 베토벤 머리를 하고 있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몇 년 전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중 이던 백건우씨로부터 베토벤의 전기를 선물받고, 감명 깊게 읽고 이번에 헤어 스타일까지 베토벤처럼 바꿨다는 것이다.

최근 베토벤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마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도 참석했다. 그는 “이곳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자리인 것 같다”며 “예술의 가치를, 한 연기자의 세계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모인 자리”라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72년 뮌헨에서 신상옥 감독의 ‘효녀 심청’을 통해 윤씨와 처음 만난 순간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영화 속의 심청이를 봐야 할지, 옆에 앉은 윤정희를 봐야 할지 혼돈스러웠는데, 이후 30여 년 동안 눈을 못 떼고 있다”는 그의 말에 관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후배 강수연씨는 윤씨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정말 가슴 떨리는 순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인터넷에 윤씨 팬카페를 운영 중인 안규찬씨는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트로이카 여배우 중에도 윤 선생님은 3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해왔다”면서 “그의 등장으로 한국영화의 여성캐릭터가 한결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오늘 같은 행사가 우리 영화계에서 계속됐으면 좋겠다”면서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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