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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불붙은 세밑 商戰-재래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연말 대목을 노리는 상전(商戰)이 그 어느해보다 뜨겁다.백화점들이 정부조직 개편작업과 공직사회의 선물자제 분위기등 의외의복병을 만나 매출 신장률이 예년에 비해 둔화되는등 고전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기 호조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괜찮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심지어 동대문의 한 상가에서는 중형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거는등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영하의 날씨를 녹일듯이 열전(熱戰)이 벌어지고 있는 겨울 상전을 특집으로 꾸민다. [편집자註] 이른바 「에누리」만으로 재래시장이 버티던 시절은 지나갔다」.
국내시장에 가격파괴바람이 불어닥친뒤 처음맞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特需)를 앞두고 재래시장상인들이 백화점에서나 볼법한 과감한 판촉행사를 펼치면서 고객끌기에 발벗고 나섰다.
점포입구나 창문마다 「연말 감사세일」「동절기 특별판매」를 알리는 광고가 격문(檄文)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자체가 재래시장의 다급한 판촉열기를 느끼게 한다.
심지어 서울 동대문일대 일부상가에선 경품으로 중형승용차까지 내거는 바람에 공정거래법 위반시비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동대문 의류상가인 아트플라자와 디자이너 클럽의 경우 최근 쏘나타Ⅱ를 비롯해 486컴퓨터와 냉장고등 20여종류의 경품을 내건 고객 사은대잔치로 고객확보전에 나섰다.
또 명동상가내 마이오 의류점은 고정고객에게 10%내외의 특별할인혜택을 주고 있으며 소형점포들도 3천원이상 구매고객들에게 새해 달력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고객끌기에 힘쓰고 있다.
재래시장들이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겨울판촉전에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무엇보다 가격파괴현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의 성격이 짙다.
평화시장에서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찬원(李燦原.39)씨는『프라이스클럽등 전문할인점이 속속 등장해 「에누리」라는 재래시장의 무기가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이번 겨울판촉전부터는 상인들이 직접 나서 대형유통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아이디어로 고객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겨울신발상가의 경우 신발을 한짝씩만 빽빽이 진열해놓은판매진열대를 선보여 고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한켤레 대신 한짝만 진열해 호기심도 끌고 평소보다 두배나 더다양한 물건을 선보이려는 상인의 아이디어가 주효한 셈이다.
서울 세운상가와 용산전자상가에선 가전.난방용품을 연말이전에 처분하려는 상인들의 판촉전략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새해가 되면 94년 딱지가 붙은 제품은 헐값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만큼막바지 판촉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청소년들의 선물용으로 특수가 기대되는 무선호출기나 방학을 맞은 학생층을 겨냥한 컴퓨터판매점들도 구매액수와 방문 횟수에 따라 사은품이나 대학PC특강 무료참석 쿠퐁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의류시장인 동대문.남대문일대와 세운상가.용산전자상가.명동상가에 이르기까지 『재래시장도 단골손님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며 판매경쟁이 격전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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