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교체기 주목받는 ‘빅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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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임명하는 자리 중 최대 관심은 이른바 '빅4'에 쏠리고 있다. '빅4'는 정권을 떠받치는 4대 권력기관의 수장이다.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을 말한다. '빅4' 인사는 특히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실감나게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자는 인사에 관한 한 신중한 판단과 보안을 중시하는 편이다. 당연히 '빅4' 인사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과거처럼 구체적 하마평은 나돌지 않는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교체가 확실하다. "북한에 애정어린 비판을 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대북 정책은 노무현 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김 원장은 올 10월 남북 정상회담 등 기존의 대북 포용정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더욱이 이 당선자 측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당시 김 원장의 공개 행보 등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다. 최대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 당선자는 신뢰할 수 있는 최측근 인사를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채진 검찰총장의 경우 유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달 임명돼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2년)의 대부분이 남아 있는 데다 BBK 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 당선자의 무혐의 처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모나지 않은 성품 덕에 검찰 내 신망이 높아 그의 유임을 바라는 검찰 내부 의견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가 임 총장의 거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의 하나 임 총장의 관련 사실이 드러나거나 검찰 조직의 명예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총장 책임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각영 검찰총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압박해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

국세청장은 임기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아 이 당선자가 곧바로 교체할 수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지난달 30일 취임했고, '현직 국세청장(전군표) 구속'이란 충격 속에서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펼치고 있어 유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부동산 재산 조회, 위장취업, 탈세 문제 등 국세청 관련 사건들이 터져나왔던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내년 2월 9일 임기가 끝나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후임은 이 당선자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이 퇴임을 보름 남짓 남겨두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무리수를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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