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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은퇴2년 DJ 내년 정치복귀여부에 촉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은 18일밤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대규모 후원회원의 밤 행사를 주최한다.만 2년전 이날은세번째 도전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날이다.민주당 김대중후보는그날밤 동교동 자택에서 개표방송을 보다 조승형 (趙昇衡)비서실장등 측근 몇사람에게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이희호(李姬鎬)여사는 눈물을 흘리며 은퇴성명을 받아적었다.19일 새벽부터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그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모두 코끝이 찡하다고 했다.그리고 20여일 뒤 그는 영국(英國)으로 홀연히 건너갔다.다시는 안 돌아올 것처럼,한국정치의 한 章이 닫힌 것처럼,그렇게 여겨졌다.
그로부터 2년뒤 亞太평화재단 후원회원의 밤은 성황리에 개최된다.재단측은 티켓 판매 실적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3장을 한꺼번에 구입한 회원에게만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그래도2천5백석의 연회장 좌석은 이래저래 꽉 찰 것으 로 예측되고 있다.한장에 10만원하는 티켓이 이미 8천여장정도 팔렸다고 한다.이런 현상은 김대중이라는 이름 석자를 빼놓고 해석할 수 없다.그의 주변에서는 여전한 상품성.흥행성에 들뜬 표정이다.
2년동안 그는 아주 서서히 돌아왔다.영국에서 귀국한 것은 93년7월.이어 그해 9월 그의 정치이념을 계승발전시키는 걸 목적으로 하는 내외문제연구회가 민주당내에 발족됐고 94년1월에는亞太평화재단이 설립됐다.올들어 미국 2회,러시아 .중국을 각1회 방문했다.7월들어 그가 제안한대로 카터前美대통령이 평양에 들어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 亞太재단은 점쟁이처럼 상황을 잘 맞춘다고 해「역술(易術)재단」이라는 별칭도 얻었다.이를 계기로 DJ는 국민들 머릿속에 통일.외 교전문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내년에도 그는 활발하게 움직일 계획이다.1월에는 재단 창립 1주년을 맞아 통일방안을 1백개 주제로 세분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다.3,4월에 일본을 방문하면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을 순방하는 민간외교 일정이 일단 마무리된다.미국.러 시아.
중국도 95년중 이미 방문일정이 잡혀있거나 초청장을 받아놓은 상태다.그의 활동욕구와 체력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대권(大權)을 다투었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집권 2년째에서 3년째로 넘어가고 있다.반대쪽에서 보는 사람들은 『차기 대통령선거가「3년밖에」안 남았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부인한다.「절대 정치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혔다.18일밤에도 역설할 것이라 한다.그러나 그렇게보지 않는 사람들,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당장내년의 4대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현실정치로의 복귀를 요구하는합창이 요란할 전망이다.민주당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DJ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확연치 않다.그러나 95년 정국전망에서도 그는 여전한 상수(常數)로 인식되고 있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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