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인터뷰한 타임 기자의 황당한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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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인터뷰한 미 시사주간 타임지 기자의 황당한 실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타임은 12월 중순 모스크바 외곽의 대통령 전용 별장에서 푸틴을 인터뷰했다. 초저녁부터 밤 10시까지 계속된 장시간의 단독 인터뷰였다. 서방 기자에 대한 푸틴의 유례없는 호의에 들뜬 기자는 그러나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권위지 타임의 이미지를 구기고 말았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던 기자는 “당신은 1946년생이고, 저는 1948년생입니다. 우리는 같은 세대에 속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뒤이어 “이슬람 테러 위협과의 전쟁에서 당신이 한 역할 덕분에 미·러 관계가 좋은 편”이라며 “향후 양국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최근 크게 악화된 미·러 관계를 고려할 때 푸틴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계산이 깔린 ‘아부성’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푸틴의 말로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말았다. 이 기자는 푸틴이 태어난 해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푸틴은 “괜찮다면 날짜를 좀 수정하고 싶습니다. 내 생각에 나는 (당신이 말한 것보다) 좀 더 늦은 1952년에 태어났습니다. 나는 (2차대전 직후인) 1946년에 태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심하게 부상을 입었고, 어머니는 (독일군에 의한 900일간의) 레닌그라드 봉쇄라는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은 그 뒤 두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으면서 건강까지 악화됐기 때문에 다시 아이를 가지려는 생각도 못하셨습니다”고 답했다.

어색하게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푸틴 대통령의 호의로 인터뷰는 그런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지속됐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는 또다시 엉뚱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요즘 옐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떠신지요?”라고 물은 것이다. 옐친 대통령이 올해 4월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던진 질문이었다.

푸틴이 “아시다시피 옐친 대통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상기시키자 그제야 기자는 민망한 듯 “죄송합니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인터뷰할 인물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하는 언론계 관례상 이해가 가지 않는 실수들이었다. 문제의 타임지 기자 이름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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