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가스폭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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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이은 대형사건과 사고에 시민들은 분노에 앞서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앞으로 또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터질지 그것이 더 걱정스러운 요즈음이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세계화가 가능하겠는가.먼저 우리 사회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원시성과 전근대성(前近代性)을 다스리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도심 가스폭발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사고 역시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원인처럼 시공이 허술했고,안전관리에도 소홀한데 그 근본원인이 있었음은 틀림이 없다.이번사고가 나기전에도 여러 차례 가스누출사고가 있었 다고 한다.이번 사고도 가스누출신고에 따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이는밸브나 배관이음의 불량등 당초 시공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시공상에 부실이 있었더라도 사후보수나 안전관리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과 같 은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시공은 부실하고 사후관리도 허술하니 대형 사고로 번지는 것은 어떤 면에선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번 사고가 난 가스공급기지는 도심 한복판에 건설된 것이었다.가스가 값싸고 편리한 연료이긴 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도시가스 관(管)은 규정을 어기고 너무얕게 묻혀 있고,어디에 묻었는지 알 수 있는 지하지도도 없으며,이런저런 굴착 공사를 아무런 주의없이 시행해 가스관이 파손되는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런가하면 가스누출 사고가 나도 피해를 최소화할 시설도,체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이번 사고에서도 가스공사.가스안전공사.가스기술공업회사간의 업무연계가 체계적이지 않음이 드러났다.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해줄 장치도 부족했다.합정동 과 군자동 사이의 가스차단 장치가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만 되어 있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또 수동이더라도 좀 더 빨리만 잠갔어도 나았을 것이다.
문제점을 아현동 가스공급기지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가스공사는 시설에서부터 관리에 이르는 모든 측면에 대한 전국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아울러 가스공급 확대위주의 계획은 수정돼야 한다.안전은 투자없이 확보될 수 없다.가 스공급계획을다소 축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설.시공.사후관리에 대한 투자를늘려 우선 안전부터 확보해야 한다.안전이 곧 건설이다.이것이 우리들이 성수대교 붕괴사고때부터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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