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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마복싱 출범 초읽기-국제룰 초안마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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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사각의 정글」에 금녀(禁女)의 벽이 허물어진다.
국제 아마복싱연맹(AIBA)은 지난달 24,25일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3차 총회에서「여성복싱 룰」 초안을 작성,여자가 복싱을 할 수 있는 기초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특히 유럽.미국등 일부 국가에서 열린 지금까지의 여성복싱이 모두 흥행을 위주로 하는 프로복싱이었던데 비해 이번 AIBA의규칙초안은 순수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있다. 따라서 공인된 기준없이 눈요기감(?)으로 치러지던 여성복싱은 앞으로 전세계가 공인하는 룰에 따라 당당히 스포츠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또 각종 국제 대회의 창설도 시간문제가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당초 AIBA는 일부 맹렬 여성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온 여성복싱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그러나 여성복싱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적당한 보호장구만 갖춘다면 의학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92년부터 긍정적 검토를 시작해 초안을 내놓게 됐다.
초안에 따르면 여성복싱의 심판은 모두 여자이어야 하고,신체 특성상 가슴보호대를 착용하는 등 남자들 경기와는 차이를 보이고있다.또 기존의 체급구분도 여자에 맞게 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선수보호를 위해 10온스 이상의 무거운 글러브를 사용하게 된다. 한편 경기인구의 감소로 최근 침체에 빠져 있던 대한복싱연맹은 국제연맹의 이같은 조치가 국내 복싱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격렬한 격투기」로 알려진 복싱이 여성의 참여로 인해「건전한사회체육」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는 것이 대한아마복싱연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미 복싱의 기본동작을 응용한「헬스복싱(Health Boxing)」이 에 어로빅 체조에 버금가는 인기를누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복서사이즈(Boxercise)」라는 이름으로 복싱이 남녀노소의 체력유지와 몸매관리 방법으로 이용되는 등 사회체육으로서의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대한아마복싱연맹 정재규(鄭載奎)사무국장은『격투기로 알려진 복싱이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이 강조되는 여성들의 참여로 사회체육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며『앞으로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태권도 선수들을 전향시킬 경우 앞으로 열릴 국제무대에서도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 여자 아마복싱은 전략종목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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