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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프리즘> 김희선 최고 성공작은 '미니홈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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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희선의 미니홈피(www.cyworld.nate.com/kimheeseon)에 가보면 세번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방문자로 문전성시다. 10월 19일 결혼 후 연예활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톱스타의 인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특히 신혼 생활을 공개하면서부터 네티즌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녀의 일상생활이나 이벤트가 공개될 때마다 방문자 수가 2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결혼식 폐백 장면이나 신혼집 사진 뿐만 아니라 쇼핑을 하거나 미용실에 들러 찍은 일상적 사진에도 네티즌들은 열광한다. 남편인 사업가 박주영씨의 생일 파티 현장을 공개한 11일만 해도 한 나절만에 4만명이 방문했다. 이럴 땐 어김없이 ‘김희선 미니홈피’가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다.

연예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도 이랬을까 싶다. 1990년대 김희선은 드라마로 인기를 얻어 영화계에 진출했지만,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것은 별로 없다. 이보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인이자 연예인이라는 상징성이 더 큰 편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사진출처=김희선 미니홈피]

방문자들이 김희선의 미니홈피에서 두 번째로 놀라는 것은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그녀의 일상은 보통 사람과는 하늘과 땅 차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고가품들이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집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은 덴마크의 명품 브랜드. 시중에서 3300만원을 호가하는 50인치 PDP다. 홈씨어터 스피커 역시 같은 브랜드로 2000만원을 웃돈다.

화려한 조명 아래 호텔 룸가라오케로 보이는 곳에서 열린 남편의 생일 파티 사진에도 어김없이 고가의 샴페인 10여병이 놓여 있었다. 김희선이 보란듯이 초호화판 결혼식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귀족같은 신혼생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다. 결혼 당시 스위스 명품 예물 시계와 무려 9000만원에 달하는 드레스 아홉 벌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네티즌의 반응이다. 누가 자신의 부를 과시할라치면 악플로 융단 폭격을 가하는 게 그들 아니던가. 그런데도 김희선의 미니홈피 댓글에는 악플이 별로 없다. 그보다는 멋져 보인다거나 부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가혹하기로 정평난 네티즌들이 김희선 앞에서 만큼은 이렇게 관대해지는 이유가 뭘까? 방송가에는 김희선이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그 이유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한 예능 프로그램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김희선을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미인이자 연예인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그녀가 남다른 삶을 사는 것을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여긴다는 지적이다. “김희선은 재벌가에 시집을 가거나 호화 결혼식을 해도, 심지어는 전형적인 상류층의 삶을 뽐내도 비난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방문자를 놀라게 하는 것은 김희선의 미니홈피가 여느 연예인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의 미니홈피는 대개 홍보 차원에서 운영되고 연예 기획사가 홈피를 대신 관리해준다. 연예인 자신은 스캔들이 났을 때 심경을 밝히는 정도다. 이 역시 기획사의 '검열'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벤트가 열리면 사진을 올리고, 댓글에 답글을 달아주며, 팬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대개 기획사의 몫이다. 어떤 기획사도 소속 연예인이 스스럼없이 상류층의 삶을 과시하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인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희선의 미니홈피는 기획사의 손길이 스쳐간 흔적이 별로 없다. 네티즌들은 그래서 보통 사람의 일기처럼 담담하지만 보통 사람은 꿈도 꾸기 힘든 그녀의 일상에 열광한다. 결국 김희선의 성공작은 그녀가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그녀가 직접 꾸며 진솔하면서도 꿈같은 생활이 담긴 미니홈피가 아닐까.

(김희선의 미니홈피는 12일 오후 특별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채 일시 폐쇄됐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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