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 값싼 外産검토-디지털移通장비 국내시장 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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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칫하면 지금 이용하고 있는 이동전화처럼 디지털이동전화도 외국업체의 장비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그리고 「2通」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사업 제안서에 『국산 장비를 구입토록 하겠다』고 한 신세기통신의 「약속」이 법적 구속력 을 갖는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디지털이동통신(CDMA)장비 구매에 나선 신세기통신 구매입찰에 세계적인 통신기기업체인 미국 AT&T.모토로라,캐나다 노던 텔레콤등이 국내 업체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대거 참여해 국내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신세기통신은 지난 10월11일 삼성전자.금성정보통신.현대전자등 국내 업체에 오는 96년 상용서비스용 1차 장비에 대한 제안 요구서를 발송했다.이어 10월 중순께 외국업체에도 이같은 내용을 통보,지난 20일을 전후해 국내업체 3사, 외국업체 3사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기기 공급업체 선정은 12월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구매 규모는 신세기통신에서 입찰 제안서를 받아 업체를 선정한후 밝히기로 했으나 약 30만 회선에 1천억원 규모로 추정되고있다. 국내 개발업체들은 외국업체에 시장을 넘겨줄 경우 지난 89년부터 1천5백여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장비를 상용화도 못해보고 사장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소는 지난 91년 미국 퀄컴社와 CDMA장비 공동개발에 관한 계약을 한데 이어 국내 공동개발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지난 11월 디지털이동통신 교환기 상용제품을 개발,현장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문제는 이번에 입찰에 뛰어들고 있는 외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국내업체보다 훨씬 높다는데있다며 국내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동전화교환기 회선당 약 3백달러 선을 제시했으나 AT&T.모토로라.노던 텔레콤등은 1백달러 이하로 제안 가격을 써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전화장비는 초기에 설치된 장비외에는 다른 기종을 추가로 설치하기가 어려워 초기 시장을 선점하면 장기적인 시장을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와 오는 98년까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디지털이동통신 장비시장이 고스란히 외국업체의 수중에 넘어갈위기에 놓이게 됐다.
신세기통신은 체신부로부터 이동전화 사업권을 허가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국산장비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체신부 고위관계자는 『통신기기 시장이 개방된 마당에 민간업체에 국산을 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제안서의 국산장비 구 입 약속은 법적으로 강제규정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현대전자의 변강원(邊康元)상무는 『만약 신세기통신이 외제를 구매한다면 법적제재를가하기는 어렵겠지만 도덕적으로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거대한 이동통신기 시장을 외국업체에 송두리째 넘겨주는 결과를 가져오게돼 우리산업 발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될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金&張법률사무소의 양영준(梁英俊)변호사는 사견임을 전제한후 『신세기통신이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국산장비를 사용하기로 해놓고 외제를 구매한다면 이는 허가조건의 일부분을 위반한 것이 될수 있다』고 제안서(RFP )의 의미를해석했다.
신세기통신의 권혁조(權赫祚)사장은 『외국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고 해서 꼭 외제를 사는 것은 아니며 단지 가격이나 성능을 국산과 비교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제 구매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린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朴邦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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