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파개그맨 이홍렬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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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5백원짜리 동전이 거침없이 들어가는 「뺑코」,키가 작으니 다리가 짧은 것은 당연한데 이휘재 앞에 서면 공연히 기죽는 「숏다리」 개그맨 이홍렬(40).
왜소한 체격에 두주먹을 불끈 쥐고 「한다면 한다」며 그 짧은다리로 샤론 스톤의 각선미에 당당히 도전하는 모습에 배꼽잡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래선지 신세대 스타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개그계에서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민학생들로부터 중년층에 이르는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인기의 원천은 이같은 신체적 열성인자(?)가 아니다. 이홍렬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누구나 남을 웃기기 위한그의 정열과 노력,탐구정신을 부정하지 않는다.그래서 다들 그의인기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믿는다.
사실 그는 지금껏 「한다면 한다」는 식으로 살아왔다.그의 드라마틱한 인생경력이 그것을 말해준다.
가정형편상 서울공고에 진학,졸업뒤 도자기 공장에서도 일했고 다방DJ.막노동등 안해본 일이 없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꿈이었던코미디 연기를 포기할 수 없어 14년만에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형식이 있어야 내용이 갖추어진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91년에는 개그맨으로서의 명성도 상당히 쌓았지만 이에 연연해 하지않고 38세의 나이에 일본 유학길을 떠난다. 유학중에도 개그가 천직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잊은 일이 없어 일본TV를 하루 4시간 이상 매일 시청했고 국내 코미디물도 서울서 비디오 테이프를 공수해 빠짐없이 봤다.
일본TV에서 「일본것 베끼는 한국 코미디」특집을 본 뒤의 수치심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그의 개그는 남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없다.
일본에서 만난 방송국 관계자의 말대로 『베끼더라도 뭔가 독창성을 가미한것』으로 만들어낸다.
현재 국내 코미디물의 패러디 바람이 일본TV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그대로 재연하는 「한다면 한다」는 독창성을 가미한 이홍렬식 패러디다.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생동감있게 가꾸는 것도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라는 생각에 외모에는 신경을 안쓰던 과거와는 달리 패션잡지를 구독하며 의상에도 신경쓰고 머리를 무스로 넘겨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타가 되기 위해 조급함을 보이는 후배들에게『직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연기로 나타나고 그것은 곧 인기와 직결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개그맨들의 큰형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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