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不遜.허위보고 사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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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와 외무부 사이에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순방(巡訪)과정에서 있었다는 일을 두고 유쾌하지 않은 승강이가 빚어지고 있다.대통령의 외교활동을 보좌해야할 외무부가 「허위보고」와 「불손행위」등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청 와대쪽에서 나오자 외무부 쪽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대변인이 공식 해명에 나선 것이다.
정부기관,그것도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와 외교를 책임진 기관사이에서 빚어지는 이러한 일을 보고 그 주장의 진위(眞僞)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떠나 부끄럽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기관에서 허위보고를 하고 국가원수에 대한 불손행위가 있었다면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게 당연하다.다만 그 사실규명과 문책(問責)은 정당한 경로와 절차를 거쳐 처리함으로써 잘못을 바로잡고 후일을 경계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번과 같은 문제가 사실이라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따라서 이런 일일수록 남이 알세라 내부적으로 엄격히 잡음이없도록 신중히 처리했어야 옳을 일이다.
그런데 이번 승강이 과정을 보면 그런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다분히 감정적이고 헐뜯는듯한 느낌이 짙다.국민의 입장에서보자면 청와대나 외무부나 모두 똑같은 정부기관이다.경위가 어떻고 잘잘못이 어떻든 두 기관 모두에게 누워 침뱉 기나 다름없이비칠 뿐이다.그것도 나라를 대표하는 특정 대사나 고위 외교관의이름까지 거명하는 사태에 이르러서는 국제적으로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 모든 허물은 결국 국정과 외교의 책임자에게 귀착된다는 사실을 왜 간과하는지 모르겠다.
정부 부처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국정(國政)운영이 제대로 될지 걱정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그럴 때마다 정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해 왔다.그러나 정작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처간의 업무를 조정하 고 다듬어야할 당사자인 정부기관에서 이런 일이 또 빚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당국의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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