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진, 덩치 두배 하이마트 삼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유경선(52·사진) 유진그룹 회장은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애찬론자다.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쉼 없이 달리는 이 힘든 경기를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어’, 그것도 나이 마흔이 넘어 시작했다. 그의 최고 공식 기록은 3시간8분. 어지간한 젊은이들 뺨치는 기록이다. 이런 그의 도전적 스타일은 사업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그는 평소 “사업이든 운동이든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국내 주요한 인수합병(M&A) 건마다 유진의 이름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가 이번에는 그룹 덩치보다 훨씬 큰 전자제품 유통 전문업체인 하이마트를 인수해 또 한 번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단숨에 그룹 매출 3배로 껑충=유진그룹은 “9일 홍콩 현지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투자전문회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의 자회사인 ‘코리아CE홀딩스’와 하이마트 지분을 1조9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코리아CE홀딩스’는 2005년 4월 종업원 지주 회사였던 하이마트의 지분 전량을 7800억원에 인수했었다. 레미콘 사업이 주력이었던 유진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로 기존 건설·물류·금융에 이어 유통업까지 진출하게 됐다.

유진의 지난해 매출은 7700억원. 올해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전체 매출이 1조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매출 2조3000억원(올해 예상치)인 하이마트를 품에 안으면 그룹 매출은 단번에 3조5000억원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유 회장은 “내년 그룹 매출 4조원에 영업이익 2500억∼3000억원 정도로 달성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하이마트 인수 자금은 컨소시엄 방식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유진은 인수자금의 절반은 농협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조달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체 보유금 및 2개의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그룹 상장사의 증자 대금, 유보자금, 계열사인 케이블업체 ‘드림씨티방송’ 매각 자금 등으로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유진은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에도 현 경영진과 종업원의 지위는 그대로 보장할 방침이다.

◆지칠 줄 모르는 영역 확장=유진그룹은 유 회장의 부친인 유재필(75) 명예회장이 1969년 창업한 건빵생산업체 ‘영양제과공업’이 모태다. 유 명예회장은 건설경기가 한창 호황이던 85년 유진종합개발을 세우면서 레미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한 것도 바로 이 사업을 통해서다.

전체 38개 계열사 가운데 14개가 레미콘업체일 만큼 레미콘 부문은 지금도 그룹의 주력사업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 매출의 70%에 이르던 레미콘 사업 비중은 다른 사업체를 속속 인수하면서 올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하이마트의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유진의 레미콘 사업 비중은 매출의 15%선에 그칠 전망이다.

유진의 변신은 2004년 초 회장에 취임한 유 회장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는 취임 첫해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컸던 고려시멘트를 인수했다. 지난해엔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금호아시아나에 밀려 대우건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보상받으려는 듯 올 들어 서울증권과 로젠택배·한국통운·GW물류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유 회장은 “물류회사 인수는 사실 하이마트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진그룹의 행보가 그룹 규모에 비해 과도한 것 아니냐며 비판적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 회장은 “인수합병의 가장 큰 원칙은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시도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인수합병은 기업의 ‘시간’과 ‘인재’를 사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발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김재식 유진 부회장 “우리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 기대”

김재식(58) 유진그룹 부회장은 10일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하이마트 인수 계기는.

“한국에서 ‘카테고리 킬러’(여러 브랜드에서 나오는 같은 종류의 상품을 모아 파는 전문 소매점)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우리 그룹의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판단했다. 하이마트의 24시간 배송시스템을 우리 물류 부문이 돕고, 신규 매장 건설을 건설 부문이 담당하는 식이다. 금융 부문은 하이마트의 신규 점포 확장을 도울 수 있다.”

-너무 비싸게 샀다는 지적도 있는데.

“내부적으로 매각 대금이 3조원까지 이야기가 오갔다. 기업 실질 가치 분석을 통해 인수 대금을 제시했다. 적정한 가격이라고 본다.”
 
-앞으로 하이마트를 어떻게 성장시킬 건가.
 
“쇼핑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쇼핑몰로 키우겠다. 도심에 인접한 레미콘 공장 부지를 복합 쇼핑몰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5년 동안 50개 정도의 매장을 더 낼 계획이다.”
 
-기존 임직원은.
 
“하이마트 경영진이나 직원 모두 지금까지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 왔다. 신뢰를 갖고 함께 갈 계획이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