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王뒤에는 內助功 있었다-프로축구 LG윤상철 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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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득점왕 뒤에는 내조왕(?)이 있었다-.
『올해처럼 마음을 졸인 적은 없어요.』 94프로축구 득점왕 윤상철(尹相喆.29.LG)의 아내 김영분(金英分.29)씨는『장호(章豪)아빠가 올시즌 초반 한달동안이나 골을 못넣고 허둥대던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며 환하게 웃는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봐….』 지난 4월26일 아침.숟가락을드는둥마는둥 식사를 마친 尹은 다음날 포항경기(對포철)를 위해주섬주섬 짐을 꾸리며 힘없이 내뱉었다.8게임 무득점.그때까지 尹은 타고난 골잡이란 별명이 무색하리만치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미소만 지어보일뿐 남편의 플레이 내용에 대해선 으레 침묵해온 아내가 포항 원정길을 떠나는 남편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조영증(趙榮增)감독님께서 그러시는데 당신의 골비결은 서두르지 않고 슈팅타이밍을 잡는데 있대요.』아내가 불쑥 내뱉은 이 한마디는 왠지 모르게 위축돼있던 尹의 가슴속을 헤집는 「충격」에 다름 아니었다.스스로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한번 결 의를 다진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尹은 그날 드디어 시즌 1호골을 터뜨렸다.그리고 쾌주의 골몰이를 거듭,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즌최다골(21골),프로통산 최다골(80골)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제 안식구로부터의 따뜻한 위로가 없 었던들 전 벌써 쓰러지고 말았을 겁니다.』尹의 당시 회고담이다.
지난 85년 게임출전차 대구에 내려온 尹의 해맑은 미소에 반해 백년가약을 맺은 金씨.金씨는 이후 10년을 하루같이 남편의삶의 터전이라할 축구장을 따라다녔다.『아직은 축구를 잘 모르지만「프로축구선수 윤상철」에 관한한 거의 박사급( ?)』이라고.
『프로선수의 아내는 남편 건강체크를 잘하는게 첫번째 일이지요.』수년에 걸친 갖가지 테스트 결과 金씨는 비로소 남편 尹씨의건강관리 노하우를 체득,나름대로 건강식단을 정해 실행에 옮겼다.이 덕택에 尹은 프로생활 7년동안 부상없이 그라운 드에 나설수가 있었음은 특기할만하다.영지와 버섯,그리고 동계훈련직전 겨울나기용 뱀탕등….尹은 해마다 이맘때면 경북 상주의 처가를 찾아 뱀탕을 즐긴다.
『그리고 축구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집안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는 거예요.』尹이 굳이『아내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할 때』를 가장「행복한 순간」으로 꼽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성싶다.이제 막 첫아들 장호의 돌잔치(18일)를 끝낸 金씨는 벌써부터 내년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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