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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에서>전국대회 4强제도 폐지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체육특기자 지망생들과 관련자들은 살을 깎는듯한 긴장속에 연말연시를 보내야 한다.고교 3년동안 「전국대회 4강」이라는 장애물을 간신히 넘어 특기자 자격을얻었는데 다시 한번 「수능시험 40점이상」이라는 두번째 관문을통과해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수험생들도 특기자 지망생과 똑같은 고통을 겪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운동에만 전념해온 이들에게 수능시험은 「불합리한 이중고」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2백점만점에 40점이상이라는 기준은 운동선수 이전에 당연히 학생으로서 받아야 할 최저점수라는 면에서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체육특기자 자격기준으로 세워진 전국대회 4강제도다.
대한체육회 산하 44개 경기종목을 대상으로 지난 71년에 정해진 이 제도는 종목마다의 특성,즉 팀.경기방법등을 무시한채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적용돼 20여년간 개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우수 투수 1명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따라 전국 최강이 될 수도 있고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고교야구에서 이제도의 맹점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례로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모고교는 노히트 노런을 당하면서도 모든 선수를 특기자 대상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2진급 선수를 고루 기용한 적이 있다.또 후보선수를 선발로 내세웠다가 곧바로 교체하는 이상한 꼴이 고교야구의 결승전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40점이 특기자 지망생들에게 이토록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결국은 4강제도 때문이다.
전국대회 4강에 들기 위해선수들은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죽기 살기로 야구에만 매달려 책한페이지 읽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대학의 신입생선발은 본고사를 치르든,내신성적과 수능시험만으로 뽑든 대학 스스로가 알아서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유독 운동선수들에게는 4강제도라는 획일적인 잣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4강제도만 없다면 지금과 같은 「운동기계」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각 대학에 특기자 선발의 재량권이 주어진다면 대학은 알아서 우수선수를 뽑을 것이다.
비정상적인 학교체육이 정상을 되찾고 나아가 국가체육행정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4강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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