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세계경제 다크호스 ‘친디아’ 입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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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친디아 아시아시대를 열다
피트 엔가디오 편저, 박형기·박성희 옮김, 체온365, 2만원

중국과 인도, 이른바 친디아-인도의 정치가인 자이람 라메시가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의 부상이 ‘새로운 세계 경제’를 만들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두 나라가 동시에 발전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친디아가 세계 경제 체제를 바꾸고 있다.

당연히 친디아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지난 5년 간 보도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그만큼 친디아의 현장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또 친디아라는 ‘코끼리’를 여러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속살까지 파고들진 못하더라도 각 부위를 두루두루 더듬어 코끼리의 윤곽을 대충 그릴 수 있게 한다.

친디아는 괴물이다. 중국은 어느 순간 저임금 산업분야와 고기술 산업분야에서 똑같이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 인도는 제조업이나 광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수출로 발전하고 있다. 둘 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산품의 가격을, 인도는 ‘혁신과 효율성’으로 서비스의 가격을 낮춰 세계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인도인이 디자인한 소프트웨어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세계 시장을 휩쓰는 상황이다. 친디아는 미국 등 선진국의 일자리 수백만 개를 가로채가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책은 23억 인구의 친디아 시장을 공략한 사례도 제시한다. 다국적기업들은 이제 중국과 인도의 여러 부문에서 동시에 성공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노동 문제 등 사회적 어젠다, 교육문제, 에너지 및 환경 위기까지 친디아의 그늘까지 들춰낸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친디아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국제담당 기자인 역자들의 번역도 매끄럽다. 특히 각종 통계를 최근 숫자로 보완한 꼼꼼한 주석도 돋보인다. 다만 옮긴이가 지적하듯 중국보다 인도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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