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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 허 … 허커비 미 공화당 경선 한 달 새 5위 →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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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본지 12월 1일자 14면)가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 중 전국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5일 공화당 후보들을 상대로 한 라스무센 조사에서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허커비(20%)는 부동의 1위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17%)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라스무센은 "줄리아니의 지지율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라스무센에 따르면 줄리아니의 지지율은 지난달 29일 조사치보다 10%포인트 하락했고, 허커비는 8%포인트 올랐다. 이 결과만으론 허커비가 줄리아니를 완전히 추월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LA타임스와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조사한 결과는 줄리아니(23%) 1위, 허커비 2위(17%)였다.

하지만 허커비의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허커비는 지지율 6~10%로 5위에 머물렀다. 그런 그가 갑자기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따돌리고 선두권으로 진입한 것은 기독교 우파인 복음주의자들의 집단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자의 대부였던 고(故) 제리 파월 목사의 아들 파월 주니어 리버티 대학 총장이 지난달 말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허커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수많은 목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 신자가 특히 많은 아이오아에선 4일 하루 동안 60여 명의 목사들이 허커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가 내년 1월 3일 코커스(당원대회) 형식으로 첫 경선이 시작되는 아이오와에서 1위로 올라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의 돌풍이 전역을 휩쓸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가 아이오와에선 이길 가능성이 커졌지만 5일 뒤에 실시되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선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햄프셔는 보수색이 아이오와보다 훨씬 엷은 곳이다. 5일 보도된 워싱턴 포스트.ABC방송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선 롬니가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고, 허커비는 큰 격차로 4위로 처져 있다. 뒤이어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허커비의 지지율은 롬니와 줄리아니에 못 미친다.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실패하면 '허커비 돌풍'은 꺼질지도 모른다.

그는 검증 과정도 통과해야 한다. 경쟁자들은 그가 주지사 시절 임시석방 했던 강간범이 사회에 나와 다시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걸 문제 삼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이 풀어 줘선 안 된다고 했는데도 임시석방을 했다"는 주장이다. 허커비는 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임시석방을 적극 밀어붙인 건 아니다"며 "정치공세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주지사로 일하면서 공화당의 가치와는 반대로 세금을 인상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마이클 데일 허커비(52)=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뛰어난 유머감각과 화려한 언변으로 유명하다. 1955년 아칸소주에 있는 인구 1만 명짜리 소도시 호프의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침례대학을 졸업하고 목회활동을 했으며, 한때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한 적도 있다. 93~96년 아칸소주 부지사를 지낸 뒤 주지사에 당선, 올 1월 대선 출마를 위해 물러날 때까지 재직했다. 한때 130여㎏의 거구였지만 2003년 당뇨 진단을 받고 54㎏을 감량해 의지의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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