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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가시방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외 강경 노선이 독일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에 직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대놓고 비난하는 강경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 문제,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반민주주의적 정책이 메르켈의 비판 대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선이 중국과 러시아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독일 안에서 "두 나라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국가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독일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삼가면서 물밑 외교를 펼치는 '조용한 외교'를 선호해왔다. 특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임 총리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흠 잡을 곳 없는 민주주의자"로 부를 정도로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반면 메르켈은 러시아 방문에서 푸틴과 맞서는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고, 러시아의 인권 실패 사례를 지적했다.

이란이 계속 핵프로그램을 지속할 경우 이란과 경제 교류를 줄여야 한다는 메르켈의 호소에 대해서도 경제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과 독일이 경제 교류를 단절할 경우 1만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메르켈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 그는 최근 의회 연설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 정책을 펴는 것과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변인도 "지정학적 이익만 추구하기 위한 기회주의적 외교,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해 주는 외교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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