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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외교로 對北주도권 확보-金대통령 美日中加 연쇄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러시아를 제외한 한국 외교의 근간인 한반도 주변 3대강국및 캐나다와의 연쇄정상회담에 14일 하루를할애했다.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총리와 아침식사를 함께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 을 만났으며,오후에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 이어 크레티앵 캐나다총리와 회담했다. 金대통령의 이번 외국순방중 필리핀.인도네시아.호주등 3개국 방문이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기 위한 세일즈 외교라면 亞太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참석은 亞太지역 경제협력강화와 장기적인 지역 안보체제 확립이라는 복합외교다.이에 비해 미국.일본.중국과의 개별 정상회담에서는 경제현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주로 한반도 정세,좁게 말하면 북한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金대통령으로서는 이들 3개국 정상과의 만남이 물론 처음이 아니지만 북한핵문제라는 길도고 지루한 터널을 北-美 제네바 합의로 일단 빠져나온 다음의 첫 회동이었다.따라서 바뀌어진 한반도상황에 대한 의견교환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핵문제가 걸려있는 동안 북한에 끌려다닌 꼴이 됐다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로서는 일단 제네바합의를 계기로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려 하고 있다.따라서 美.日.中등 한반도에 영향력이 강한 국가를 상대로 정상회교를 펼쳐 북한을 압박해 들어간다는 포석이다.
미국과 일본등 전통적 우방의 지원과 유대.공조를 재확인하면서북한의 전통 우방인 중국을 우리측으로 끌어당긴다는 목표를 갖고있다.물론 중국이 완전히 우리쪽으로 기울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립적 위치에만 서게 만들면 충분하다.
이런 국제상황을 조성해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로 끌어간다는 얘기다.金대통령이 순방 출발직전인 지난7일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경협(經協)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런 포석의 일환이다.중국으로 하여금 보다 부담을 덜 느끼면서 우리쪽 입장에 동조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다.
이날 연쇄정상회담에서 나온 구체적 내용도 이런 정부 입장과 대북(對北)전략을 잘 드러내고 있다.金대통령은 제네바회담이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제네바합의사항의 철저 한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일본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를,중국에는「건설적 역할」즉 북한의 불안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북한의 합의 불이행때 압력을 가할수 있는 중립적 자세를 요구해 약속을받아냈다.
金대통령은 또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북한의 정전협정을 北-美간의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남북대화 재개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했다.
이와함께 미국과 일본의 對북한 관계개선은 우리정부와 긴밀히 연락,협조해야 하며 남북대화의 진전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이들이 약속을 그대로 지켜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부담을 안겨준 것만은 틀림없다.클린턴대통령은『북 한에 재래식 군사위협이 상존하고 북한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韓美안보공약이 계속 유효하다』고 韓美안보협조를 강조했고,무라야마 총리는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에 일본이 협조한다고 약속했다.경수로건설 국제 컨소시엄에서 우리가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이와함께 대북 경협조치와 관련한 전폭적인 국제 지지도 받아냈다.중국에 대해서는 이미 확정단계에 와있는 江주석의 내년 방한을 재초청형식으로 다져 놓았으며「김정일(金正日)체제의 안정이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며 金체제의 안정을 위해서 도 대외개방이 필요하다」는 언급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협과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의 긴요성을 국제사회에 홍보하고 지지를 얻어낸 것이 이번 정상회담들의 목표였다.이런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다.
[자카르타=金斗宇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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