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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근면·교육열 덕분에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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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내 성공의 비결은 ‘한국’이란 뿌리 덕분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인 만의 장점인 근면과 교육열을 물려받았고, 한인 사회를 통해 ‘차별받지않을 권리의 중요성’을 배웠으니까요.”

한인 여성으로 미 연방 정부 최고위 공직에 오른 그레이스 정 베커(45·사진) 미 법무부 민권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3일 본지와 단독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나는 아주 평범하고 특별한 장기도 없는 사람”이라며 "다만 가난 속에서도 자식 교육 만큼은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 한국계로 오랜 친구인 전임 차관보 완 김(한국명 김완주)이 나를 법무부 민권 부차관보에 기용해준 것도 차관보 승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여 ‘한국의 힘’을 톡톡히 봤음을 시사했다.

뉴욕에서 식료품점으로 시작해 백화점 대표로 자수성가한 이민자 가정에서 2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정씨는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조지타운대 법학대학원을 우등 졸업한뒤 워싱턴 법원 서기와 연방검사를 거쳐 법무부 민권국 부차관보를 지냈다. 특히 국방부에 파견됐던 2000년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자행한 노근리 학살사건 조사 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그는 “조사 결과 노근리 사건은 미 육군 병사들과 공군기들이 철교 아래 한국인들에게 기총소사하고 살상한 비극으로 결론 났다”며 “개인적으로는 법률가로서의 바탕에 한국인의 뿌리를 접목할 수 있었던 최초의 사건이라 의미가 깊다”고 기억했다.

한국을 찾았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88 올림픽때 서울에서 두달 동안 통역 자원봉사를 했고, 그 전해 여름엔 이화여대에서 두달 동안 한국어 공부를 하기도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가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고 부산과 설악산도 구경하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이 차려주신 한국음식을 먹고 자라 매운 것이라면 모든지 좋아한다”며 “순두부 찌개와 고추장 회덮밥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800명에 이르는 민권 담당 검사를 지휘하는 차관보로서 포부에 대해 그는 “한국계로 미국에서 살면서 겪었던 (불평등한)체험들을 가슴에 새기면서 차별받고 살아가는 희생자들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그는 “법무부 민권국은 한국어 안내서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차별받았다고 판단되는 동포들은 주저말고 민권국을 찾아달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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