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PEC의 장래와 한국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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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보고르에서 열리고 있는 APEC(亞太경제협력체)18개국 각료회의는 느슨하나마 실제적인 결실을 얻어내고있다.11일 「APEC 투자준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APEC는 경제개발수준이 매우 상이하고 경제 운용방식도 이질적(異質的)인 나라들이 모인 기구다.아직 이 기구는 어떤 일을 할 것이며,어떤 형태를 갖출지 마저도 분명하게 잡혀 있지 않다. APEC 투자준칙은 회원국 사이에 투자문호를 확대해 내국인과 같은 조건으로 투자행위를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이번에 채택된 투자준칙은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바로 이 느슨함이 APEC의 현재 조건으로 보아서는 실제적인 점이다.미국은 이런 느슨한 준칙은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미국의 말도 맞는 말이다.시간의 경과야말로 미국을 제외한17개 회원국과 미국 사이의 서로 모순되면서 양쪽 다 맞는 주장을 화해시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 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한국 같은 중간 위치 회원국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한국은 개발수준과 이익상충에서 일본.호주.미국.캐나다의 네 선진 회원국과 그밖의 개발도상에 있는 회원국 사이에 교량역할을 할 수 있다.구 체적으로 말한다면 이번의 투자준칙에 따라 가장 먼저 솔선하여 회원국에 대해 투자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으로서는 조만간 WTO(세계무역기구)나 대미.대일 경제 교섭 차원에서도 투자자유화를 결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만일 한국 같은 회원국의 솔선 행동이 있다면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몇 나 라가 더 이에 동조하게 되면 APEC회원국 전부는 이번의 투자준칙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실은 세계경제 환경이 결국 어느 나라나경제적 국경을 없애지 않고는 번영에 동참할 수 없음에 보조를 같이 하는 것에 불과하다.
김철수(金喆壽)상공자원부장관이 이 투자준칙은 앞으로 APEC회원국의「다자간 투자 협정」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한국의 투자관련 국내법 개정을 언급한 것은 APEC 장래를 위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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