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양교육이 필요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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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서울대가 추진중인 두가지 교양과정 학습개혁방향은 대학교육의 새로운 전기(轉機)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동.서양 고전 2백작품 읽기 교육을 인문.사회계열만이 아니라 전계열로 확대하고,수업방식도 종래의 일방적 강의형식에서 벗어나 과제물 중심의 「체험강의」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움직임이다.
너무 늦긴 했지만 이 방향의 개혁은 두가지 반성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먼저 우리 대학교육은 편향적(偏向的)전문교육과 절름발이식 지식습득에 치우쳐 있었다는 반성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입시위주 교육에만 치우쳐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전반적이고 폭넓은 교양을 습득하고 배울 기회와 장치가 없었다.지난 군사정권시절 대학마다 서클이 있고 연구모임이 성행했지만 대부분 편향된교양을 쌓기 위한 「학습」이었고,전사(戰士)를 키우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었다.균형을 살린 폭넓 은 독서와 전반적 교양 습득이 이뤄지기 전에 편향된 이데올로기와 감정적 분위기에 사로잡혀주사파(主思派)학생들의 대거 진출로 나타났다.따지고 보면 교양교육 부재(不在)의 잘못된 대학교육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자녀 교육을 해본 사람이면 우리 교육과 근본적인 차이를 쉽게 실감하게 된다.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것이 우리 식이라면 토론과 주제발표식의 세미나형태가 구미(歐美)식 교육이다.국민학교에서 대학 까지 학생 개개인에게 밥숟갈 떠먹여주듯 하는 교육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우리 교육이 선진화할 수 없다는 심각한 반성이 두번째로 있어야한다. 특히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많은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과제물을 내주고,독서 결과를 심도있게 발표하고,토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이런 새로운 교육방식이 빨리정착되고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고전(古典)에 국한된 교재만이아니라 보다 폭넓은 텍스트를 개발해야 하고,강의 방식도 보다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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