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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경북淸道 雲門寺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동이 채 트기도 전 새벽공기를 가르며 울려퍼지는 산사(山寺)의 종소리.
국내 최고의 비구니 전문강원(講院)으로 손꼽히는 운문사(雲門寺)의 하루는 심연(深淵)속에 잠재워진 심성을 깨우는 종소리와함께 시작된다.
어느 지방이나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팔경(八景)이 없으리오마는 청도팔경(淸道八景)은 타지방의 것과는 달리 운문사의 종소리(雲門曉鐘)를 제1경으로 손꼽을 정도였으니 종소리의 아름다움이 어떤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스름한 달빛 속에 조용히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를 헤치고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는 기암절벽을 감돌아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함께 운문사의 정취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든다.
운문산 자락에 자리한 운문사(경북청도군운문면신원리)의 역사는1천4백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신라 진흥왕 21년(560년)절을 짓기 시작해 7년만에 대작갑사(大鵲岬寺.현재의 운문사)가슬갑사(嘉瑟岬寺)천문갑사(天門岬寺)소작갑사( 小鵲岬寺)소보갑사(所寶岬寺)등 5갑사를 준공하게 됐다.그후 여러차례 중수를거쳐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게 된 운문사는 지난 1958년 비구니 전문강원으로 개설돼 오늘에 이르렀다.
북.목어(木魚).종(鐘)이 있는 범종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우선 깔끔하면서도 잘 정돈된 경내 분위기가 눈에 띈다.
만세루(萬歲樓)와 16전(殿)사이에 큰 우산을 펼쳐놓은듯 보이는 소나무(盤松.천연기념물 제180호)는 약 5백년동안 운문사의 역사를 지켜왔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반송은 늘어진 가지의 자체 무게를 감당하지못해 수십개의 받침대를 세워 보호해 주고 매년 초파일을 전후해막걸리에 물을 섞어 약 25말 정도를 밑거름으로 부어준다.
경내에는 새로 중건한 대웅보전.비로전.만세루.16나한전.5백나한전,그리고 학승들이 공부하는 강원이 들어서 있다.운문사에는또 금당(金堂)앞 석등.청동호(靑銅壺).원응국사비(圓應國師碑).석조석가여래좌상.사천왕석주.삼층석탑.대웅보전 등의 보물들이 즐비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접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반대편에 5백나한전이 있다.그 뒤로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약야계(若耶溪)가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높이 55㎝,지름 19.5㎝크기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청동호가 발견됐다.
몸체에 새겨진 명문(銘文)에는 고려 문종21년(1067년)에만들어진 후 임진왜란때 분실됐다가 인조10년(1632년)인담선자(印湛禪子)가 꿈 속에서 암시를 받고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다른 보물들은 관람객이 볼 수 있으나 청 동호는 도난의위험이 있어 실내에 보관,관람하기가 어렵다.
범종루를 지나 왼편에는 높이 2.3m,폭 90㎝의 대리석에 새겨진 원응국사비가 세워져 있다.고려 인종때 원응국사가 운문사를 중창한 기록이 새겨져 있으며 임진왜란 때 파손돼 비문을 판독하기 어려운 곳도 많지만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국내 서지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이밖에 강원 앞 작갑전(鵲岬殿)에는 석가좌상과 사천왕석주가 안치돼 있으며 비로전 앞에는 고려때 세워진 삼층석탑이 있다.
청도군은 동쪽으로는 운문산(1,107m)과 가지산(1,240m),서쪽으로는 비슬산(1,084m),남쪽으로 화악산(931m),북쪽으로는 삼성산(663m)에 둘러싸인 경상북도 최남단에 있는 분지다.
삼국시대 신라가 가야를 정벌하기 위해 발판으로 삼았던 곳으로6.25동란때는 약 40만명의 피난민을 먹여살렸을 정도로 천연의 요새역할을 해왔다.이러한 이유로 현재 서울시 문서보관창고가청도군에 마련돼 있다.
운문사 뒤로는 사리암골로 이어지는 계곡이 있어 여름철에는 맑은 시냇물과 녹음이 짙푸르게 우거지고 가을철이면 단풍이 아름답게 수 놓는데 현재는 신도들 외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등산로는 사리암을 지나 가지산과 운문산으로 연결돼 있으나 입산통제로 산행하기가 어렵다.대신 반대편 석남사쪽에서 산을 넘는것은 가능하고 비교적 코스도 쉬워 찾는 사람들이 많다.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경내에 술과 안주를 파는 간이 식당이 늘어서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운문사에는 집단위락시설이 개발돼 있지않아 숙박은 민박(총 18가구)을 이용해야 한다.요금은 주중에 1만원,주말에는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청도읍에서는 하루에 12편의 시내버스와 직행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민박안내 (0542)○721935,○728968,○727862,○721312.
[청도=金世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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