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격파괴 방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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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른바 「가격파괴」바람이 우리나라에도 불어오면서 유통업계 내부의 알력,또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일부 대형백화점이 새로운 경쟁상대로 등장한 할인점과 거래하는 제조업체의 제품은 납품받지 않겠다고 압력을 넣는가 하면 기존 대리점과의 마찰을 꺼린 제조업체들이 공급을 꺼리는 현상이 일고있는 것이다.
새로운 업태(業態)의 출현시 이같은 긴장관계는 나타나게 마련이나 이것이 소비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방향으로,나아가 현행 법규정조차 어겨가며 행해져서는 안된다.사실 우리나라의 유통산업은다른 산업발전 수준에 비해 매우 낙후된 상태에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또는 과도한 유통비용에 따른 가격부담으로작용해 왔다.또한 이러한 낙후성이 경쟁력 향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홍재형(洪在馨)경제부총리가 최근 대한상의(大韓商議)주최 조찬간담회에서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격파괴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으며 전문할인판매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대해 일부 백 화점들이 납품거절등의 압력을 넣고 있는데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엄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했다.
전문할인판매점의 등장은 본격적인 유통개혁을 알리는 서주(序奏)에 불과하다.이런 움직임이 초기부터 부당하게 꺾여서는 「가격파괴」가 선도(先導)할 수 있는,유통개혁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의 의미를 확산.정착시켜 나갈 수 없다.더욱이 96년부터는유통시장의 개방이 예정돼 있다.국내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대외개방전 유통업계의 체질개선은 시급하다.
물론 새로운 업태를 가격하락이란 한 측면만 보고 일방적으로 지원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제조업과 유통업간,또는 유통업 내부에 공정한 경쟁질서의 틀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따라서 부총리의 발언은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실질적 조치로 이 어져야 하며,나아가 우리나라 유통구조 전반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없애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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