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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베니스 비엔날레 韓國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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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흔히「물의 도시」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베니스)는 그만(灣)안쪽의 석호(潟湖)위에 산재하는 1백여개의 섬들이 4백여개의 다리로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산마르코대성당.두칼레궁전.
아카데미아미술관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건축물 들이 이 도시를 세계적인「미술과 건축예술의 보고(寶庫)」로 꼽히게 해온 것은 당연하다.1895년 이탈리아 국왕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격년(隔年)의 국제미술전인 베니스비엔날레를 이 도시에서 창설한 것도 예술도시로서의 베네치아의 품격을 더욱 높이는데 공헌했다. 가장 오래된 국제 미술전이며,「비엔날레」란 말자체가 베네치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것은 세계 모든나라 미술인들의 자랑이었으며,「미술강대국」일수록 이 비 엔날레참가의 성과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한국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였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그나마 독자적인 전시공간이없어 곁방살이 신세였기 때문에 세계의 미술관계자들은 물론 관람객의 시선조차 제대로 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작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렸을때 프랑스의 한 유력지는 이 비엔날레와 관련한 한국의 문화적 수준을 빗대어『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은 물론 덴마크.이스라엘.루마니아도 자국관(自國館)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과 터키는 자국관이 없다』는 말로 비꼬기도 했다.
자국관을 가지고 있지않은 나라들이 얼마든지 많은데 왜 하필 터키를 동격으로 놓고 비꼬았는지 그 저의(底意)가 의심스럽지만어쨌든 스포츠와 달리 비엔날레는 참가에만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셈이다.
내년의 베니스 비엔날레 1백주년을 맞아 세계에서 25번째로 베니스교외 자르디니공원에 한국관이 세워지게 됐음은 이제 한국의현대미술도 세계의 미술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평가받을 수 있는 장(場)의 마련을 뜻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 다.특히 한국과 베니스 시당국이『한국관을 베니스 비엔날레 1백주년기념의 첫건물이자,1백년후에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 되게하자』는데 동의했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기념비의 역할도 함께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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