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간선거후 클린턴정부 행정부.의회 정면대결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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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美중간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이번 선거는 우선 오는96년 재선에 나서려는 클린턴에게 적신호다.중간선거에 진 집권당대통령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이른바「로컬 폴리틱스」에 집중되는 국내이슈에 의해 치러진다.대통령선거가 없는 총선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대외정책 이슈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정치및 州정부정치로 치러지는 중간선거라고 해도 집권당이 패배할 경우 그 여파는 중앙정치에 미치고 따라서 대외정책 이슈도 중간선거 이후 워싱턴의 주의제(主議題)로 등장하게 된다. 우선 정치판도를 보자.미국 의회가 지니는 여러가지 정책적 특권가운데 상하원(上下院)의 강한 입김 두가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재정입법(財政立法)에 관한 특권을 지닌 하원에서 공화당이 사사건건 클린턴 정부의 재정정책을 물고 늘어지면 민주당정부는 정치적 리더십을 잃게 된다.상원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외교및 군사정책을 뒤흔든다.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석권하면서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도전하기 때문이다.특히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보브 돌의원이 다수당의 원 내총무가 되고 중간선거의 승리를 계기로 96년 차기 대권 도전자로 부상하기 위해클린턴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결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간선거후 클린턴의 행보는 두가지 측면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클린턴이 공화당 의회와 정면대결하면서 재선에 도전하는 정국의 변화다.그렇게 할경우 클린턴은 배수진을 친 모험을 하게 되며 미국의 정국은 향후 2년간 행정부와 의회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 둘째,클린턴이 협상과 타협으로 공화당 의회와 공존하는방법이 있다.이 경우 클린턴의 리더십이 의회에 의해 희석되고 아울러 클린턴의 재집권 희망은 없어진다.올해 49세인 클린턴의정치적 야심으로 볼 때 그의 선택은 의회와의 대결로 보인다.
향후 전개될 미국의 대외정책은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脫냉전시대의 골격을 유지할 것이다.상원의 외교및 군사위원회가 공화당의 지배하에 들어가더라도 미국의 대외정책은 기본적인 정경분리(政經分離)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군사안보적으로 공화당은「힘을 통한 협상」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일면 적극적인 경제이익을 챙기고 있다.전통적으로 대기업과 중간기업을 육성보호하는 공화당은 예컨대 대북한(對北韓)정책에 있어서도 같은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약간씩 달라지는 미국의 정치와 정책에 대응하는 한국의대미(對美)정책도 약간의 수정을 요한다.특히 공화당의 입김이 가속화되는 미국의 對한반도정책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보브 돌 공화당상원의원 같은 사람은 방위비 수혜자부담 원 칙론자다.
또한 그는 舊소련과 대결하면서도 소련에 곡물수출을 강력히 주장한 정경분리주의자다.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공화당의 대북(對北)정책 정서를 보면,북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압력을 전면에서 가중시키면서도 후면에서는 타협적 실리추구를 꾀 할 수 있기때문이다.남.북한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가 미국의 중간선거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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