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공화당의 중간선거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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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실시된 미국(美國)중간선거 결과는 민주당정권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이 표(票)로 나타난 것이다.클린턴정권의 국가운영에 대한 불만과 현직 민주당의원들에 대한 반감(反感)이 유권자들의 거부표로 나타났다.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약진(躍進)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다만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문제였다.
개표결과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이 됐으며,하원에서도 다수당이될 가능성이 크다.주(州)지사 선거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이래 「변혁」을 기치(旗幟)로내걸고 경제회복과 재정적자 축소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7~9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年率)3.4%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94회계연도 재정 (財政)적자는2천33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0.3%나 축소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특히 중산층은 경제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실질소득 저하와 장래에 대한 불안에 직면해 있다.
외교에 있어서는 중동(中東)평화정착.아이티.북한핵문제.걸프사태의 조기수습 등에서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클린턴대통령은 아직도 지도력 부족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클린턴대통령개인의 사생활도 큰 문제였다.돈과 여자에 관련된 스캔들이 계속터져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클린턴대통령은 오는 96년 재선(再選)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그가 재선을 위한 무기로 삼기 위해 추진중인 의료보험.범죄방지법 등의 야심적 법안들이 의회에서 거센방해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선거가 민주.공화 양대 정당에 의한현재의 정치시스템 자체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근본적 회의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미국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당간 의석교체가 아닌 정치시스템 자체의 변혁이며,그같 은 의사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앞으로 미국정치에서 일어날 큰 변화를 예고하는 서곡(序曲)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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