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가운데「냉소적 편견」이 있다.신세대는 기성세대를 몰개성의 획일적 집단으로 치부하고 기성세대는 신세대를 자기중심적 편두뇌 발달아로 몰아붙인다.
도시는 농촌을 저생산성의 미분화사회라고 경멸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고 농촌사회는 또 도시를 권모와 술수가 우글거리는 아귀다툼장 쯤으로 여겨 눈살을 찌푸린다.
MBC 주말연속극『여울목』은 이처럼 다양한 사회계층의 다양한편견들이 기둥을 받치고 있는 다주(多柱)구조물 드라마다.
신세대와 기성세대,도시와 농촌 그 어느것 하나라도 없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듯 이 네가지 집단의 편견으로 인한 상호 갈등이 일정한 함량 비율로 적절히 배합돼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자식이 못마땅해도 오로지 베풀기만 하려는 기성세대 어머니가 있고 그의 하소연을 자존심없는 행동이라 쏘아붙이는 신세대 딸이있다.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가 안쓰러워도 개가시킬 생각은 염두에도 없는 전통적 촌로(村老)와 애정은 있어도 친어머니가 아니어서 어쩔수 없이 거리감을 느껴야하는 도시의 중년남성이 미묘한갈등구조를 이루어간다.
편견의 네 기둥으로만 지탱되고 있다면 이 복잡한 이야기구조의건축물은 붕괴위험이 있겠지만 그 사이사이에 집단간의 애증.연민,집단 내부의 사랑과 갈등등 삶의 본질적 요소들이 작은 기둥을이루고 서 있어 또하나의 성수대교가 되지 않는 다.
병든 아버지와 홀로 남을 어머니를 가슴아파 하는 중년의 딸과승진에 번번이 탈락되는 경쟁사회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도시의 중년남성.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며 현실에 대해선 온통 불만투성이인 사촌누이를 연민의 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성실파 대학생과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를 길들이려는 터프가이가 그 작은 기둥이다. 신세대.중년층.농촌.도시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부실시공된다른 드라마와는 달리『여울목』은 모든 기둥이 고른 힘을 받는 안정구조를 이루고 있어 시청자들은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는재미를 느낄수 있다.
모처럼 보는 김용림.박혜숙.주현등 중견연기자들의 중후한 연기앙상블과「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것처럼 연기에 눈을 떠가고 있는 심은하의 열연도 이 드라마가 주는 잔잔한 감동의 맛을더욱 진하게 해준다.
〈李勳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