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한용진 돌조각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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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적이 드문 계곡에 무심히 드러누워있던 돌에 정으로 엷게 선하나를 새기고 그걸 전시장 한가운데 들여다 놓았다.사각의 날렵하고 높다란 대를 만들어 그위에 똑바로 세웠어도 돌은 그다지 변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전처럼 무심한 모습 그 대로다.
태고적 존재인 돌앞에 무엇인가 만들고 새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애써 억누르고 최소한의 손질만을 들여 겸손함을 보여주고 있는 전시.미국에서 활동중인 조각가 한용진(60)씨가 10년만에 귀국해 여는『한용진의 돌』전이다(갤러리 현대. 18일까지).소개작품은 화강석으로 만든 추상작업 13점이다.그의 작업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정을 친 자국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람의 흔적을 될 수 있는대로 줄인 미니멀리즘계통으로 보인다.
『그렇게도 볼수 있겠지만 나는 돌의 본성이 가장 잘 나타났다고 생각할 때 정을 멈춘다』고 한씨는 말한다.
돌의 심성은 한씨가 작업속에 담고 싶은 핵심의 주제로서 마치석굴암 본존불이 분명 돌을 쪼아 만든 것이지만 그 자체가 원만무쌍함을 느끼게 하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눈으로 때리는 돌과 심성으로 때리는 돌은 결과 느낌에서 다르다』는 한씨는 돌작업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고 그것을 다시돌에 담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조각가로서의 자기 일이라고한다. 돌이 됐든,나무가 됐든 주물러서 무엇인가를 표현해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서양미술의 흐름에 비춰볼 때 한씨의 작업은 분명 일탈적이다.그래서인지 그는 뉴욕화랑가와 이탈리아등지에서 매년 3~4회씩 초대되며 주목받고 있다.
한씨는 6.25때 월북한 조각가 박승구(朴勝龜)와 국내 추상조각의 선구자였던 김종영(金鍾瑛.1915~1982)씨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서울대미대를 졸업하고 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참가한 후 미국에 건너갔다.
국내에 알려진 그의 작품으로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뜰에 세워진 대형 돌조각『서있는 돌』이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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