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制 부담 갈수록 가중.쌀시장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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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해에 정부가 양곡관리하는데 1조4천억원이 든다고 놀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쌀 한가마니를 구하는데 부담이 21만원이라면 모두들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농민이 수매량을 계속 늘리라고 하고,다른 쪽에서는추곡수매제도를 유지하느라 비용은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줄이겠다 하고 또 국제적으로 이미 약속도 했다.가을마다 찾아오는골칫거리다.농민에게「점수따는」묘책이 되었던 이 제도가 이젠 무거운 부담이 되어 다루기 힘들게 된 것이다.
〈관계기사 27面〉 올해도 추곡수매로 정부와 국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양곡관리제도는「예산 따로 수매 따로」식이다.그래서 올해 추곡수매에 사용할 예산을 이미 작년 국회가 93년수준에서 동결시켜 놓았는데도,다시 국회가 추곡수매를 늘리는 논의를한다. 정부는 올해 추곡 총수매액을 작년도 수준에서 동결한다는방침이다.그러나 야당은 야당대로 10 % 인상한 값에 1천1백만섬 수매를 요구하고 있고,내년초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하기 때문에 올 가을이 추곡수매를 늘릴 수 있는「 막차」라는 점을 감안할때 올 가을국회는 전에 없이 시끄러울 것이 불을보듯 뻔하다.
정부의 양곡관리는 매년 추곡을 사들이고 방출하는 데 쓰는 양곡관리특별회계,이미 발행한 양곡증권 빚을 갚는데 쓰는 양곡증권정리기금등 두개의 주머니로 한다.
국민의 부담은 이것 뿐이 아니다.
쌀을 직접 수매한 비용을 제외한 창고관리비.기타 금융비와 품질손상등 사회적 비용이 1조2백억원에 이른다.추곡관리비용.양곡증권상환.사회적비용 세가지만 따져도 일반소비자가 직.간접으로 지게 되는 부담 은 가마니당 20만6천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비용은 돈으로 메우면 되지만 더 큰 걱정은 양곡관리때문에 쌀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있다.시장가격보다 높은 추곡수매가를 계속 인상하면서 수매량을 늘리면,민간의 쌀시장이 제대로 작동할리 없다.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내년부터 출범할 WTO협정에 명시되어 있는 농산물가격지지 축소의무다.
국제가격기준으로 2조원이 넘는 현재의 가격지지총액을 앞으로 10년동안에 3분의2수준으로 낮추어 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외로 사면초가인 추곡수매제도를 바꾸어 가야 한다는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국회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수매가동결-수매가인하-수매량축소 등 착착 준비를 해 온 대만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농산물가격지지정책을 개편해 나가는 일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정부의 노력은 시장가격의 계절별 진폭을 확대하여 시장기능을회복시키고 추곡수매예시제를 도입하는 것에 모아지고 있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곡수매제도 자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정 공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즉 추곡수매에 관한 국회동의제를 폐지하고 추곡수매를 줄여가면서 여기서 생기는 여유돈을 WTO협정에서도 허용하는 농촌발전을 위한 정부지원으로 바꾸어 나가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金廷洙.本社경제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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