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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영화 "금홍아금홍아" 화가 구본웅役 김수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서편제」「태백산맥」등 태흥영화사에서 만든 영화 음악을 줄곧 작곡했으니까 이번에도 제가 음악을 맡을 것이라는 것은 말안해도 되는 것이었어요.음악얘기 중에 불쑥「그럼 네가 한번 그 역을 해보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장난인 줄 알았지요.』 어린이부터신세대와 중년 세대까지 두루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중음악 스타김수철(37)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 영화에 출연하는데 그설렘과 홍역은 의외로 깊고 크다.
『좀스럽게 뭘 그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는무엇이든지 딜레탕트로 비치는 것을 혐오한다.그러면서도 그는『이번으로 영화는 그만해야지요.제 천분은 음악입니다』며 음악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잊지 않는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금홍아 금홍아』(감독 김유진).84년『고래사냥』에서 소심한 대학생 병태역을 맡아 안성기.이미숙과 열연한지 꼭 10년만의 영화출연이다.촌스러움(?)이 제목에서 묻어나는 이 영화는 두 천재와 한 매춘부가 밀고 당 기는 인간본성의 시소게임을 그린다.
1930년대 경성의 지식인 사회를 풍미했던 시인 이상과 야수파 화가 구본웅.두 사람은 천재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한 사람은 수려한 외양을 가진 반면 한 사람은 꼽추에 보잘 것 없는 외모로 물과 기름같은 존재들이었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을 종국에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게 하는 것은 매춘부 금홍.이상은 육체적 향연의 대상으로서,표피를 통찰해 내면을 그리는 화가는 금홍의 정신에 푹빠져 둘은 한 여성을놓고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김수철이 맡은 역은 화가 구본웅이다.열등의식에 빠져있던 그는이상(김갑수扮)을 만남으로써 예술의 초월성을 이해하게 되고 금홍(이지은扮)을 통해 자신의 불우한 처지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화집과 전기 보며 인물분석도 『아직 시나리오가 완성되지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연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세 사람 모두 실존인물이었고 개성과 살았던 길이 유별나 소화해내기가 힘들것 같아요.』 김수철은 벌써 구본웅의 화집과 전기 두권을 구했단다.『디스크 30집,영화음악 30여편,각종 예술상 7개.이 정도면 저도 음악을 좀 안다고 할 수 있잖아요.예술은 한 갈래라는 생각으로 화가 구본웅의 삶을 연주해 보겠습니다.』그러나 이번 영화는 두 사람의 예술적 궤적보다는 평범하지 않은 인생곡절을 보여주는데 역점이 주어져 그의「예술」이 어떤「삶」의 모양을 띨지 궁금하다.
글:李揆和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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