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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앞당긴 수능 성적표 '등급제 혼선' 교육부도 자인한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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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수능 성적표를 예정보다 5일 앞당긴 다음 달 7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자가 정부의 언론 통제에 맞서 참석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브리핑과 직접 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했다. [뉴시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29일 올해(2008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일을 당초 예정(12월 12일)보다 닷새 앞당긴 것은 등급제 수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수능 성적 제공 방식의 변경에 따라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설기관의 부정확한 가채점 결과 남발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해 성적을 최대한 빨리 발표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수험생 개인의 성적과 함께 영역별 등급 인원을 알려주는 등급조합 정보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수리 1등급, 언어 2등급, 외국어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2만 명이라는 식으로 정보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수 표시 없이 등급(1~9등급)만 제공되는 첫 '등급제 수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능 성적 발표가 당겨짐에 따라 수험생과 학부모는 진로 선택의 시간은 벌게 됐다. 그러나 1점 차이로 등급이 갈려 지원 가능한 대학군이 바뀌는 것과 같은 문제는 그대로 남아 불만은 여전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 김모 교수는 "당초 계획대로 대통령 선거(12월 19일)를 일주일 남기고 수능 등급을 발표(12월 12일)하면 수능 등급제를 도입한 현 정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12.12사태'를 막아라"=수능(11월 15일) 이후 교육부는 안절부절못했다. 가채점을 한 수험생들이 자신의 정확한 등급을 알 수 없자 아우성을 쳤기 때문이다. 등급제 도입에 따른 혼란을 두고 '12.12(당초 수능 등급 발표일) 사태'라는 말이 돌 정도로 수험생들의 불안은 컸다.

교육부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난주부터 성적 발표일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했다. 교육부 서남수 차관은 "수험생 혼란을 보고 수능 출제.채점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채점을 빨리 끝낼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요청했다"며 "29일 아침에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도 성적 발표일 변경을 보고했다.

수능 성적표 발표일을 앞당긴 것은 2006학년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문에 수능일이 일주일 연기돼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 일정이 빠듯해지자 성적 발표일을 2005년 12월 19일에서 16일로 사흘 앞당겼다. 교육과정평가원 이명준 수능운영부장은 "보통 5~6번의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채점 일정을 25일 이상 잡았었다"며 "5일이 줄어든 만큼 인력과 수퍼컴퓨터를 총가동하고 밤샘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대학도 압박했다. 그는 "일부 대학은 과거의 수능 점수제에 집착해 수험생 등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일정한 도를 넘는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내신을 낮추고 수능에 너무 집착해 뽑는 대학들은 모든 입학전형이 끝나는 내년 2월 말 분석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학생.교사.대학 다소 숨통=서울 신목고 3학년 전모군은 "외국어가 1등급인지 2등급인지 헷갈려 고민인데 성적표를 빨리 받으면 대학 선택에 도움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외고 강병재 교사는 "진학 담당 교사들 입장에서는 닷새 앞당겨진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등급제 수능에 대한 혼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수능 최저 등급을 적용하는 수시 2학기 합격자를 서둘러 발표할 수 있고, 정시모집 준비에도 여유가 생기게 됐다"며 "수능이나 내신 반영 비율을 정하는 것은 대학 자율"이라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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