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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D-20] 1위 '골수'의 힘 … 2위 '변수'의 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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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전 경희대 교수

"당 없고 인물만 남았다는
대선 진단은 잘못된 것
유권자에겐 정당 중요"

이번 대선도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보지 못했던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 시비와 단일화 논의 등으로 막판까지 남아있을 후보가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각종 이슈와 네거티브 공세에 냄비처럼 쉽게 변했던 여론도 좀처럼 오르내림이 없는 고착 상태다. 네 번의 패널조사에서 그 이유를 파악해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계속 지지하고 있는 '골수 지지'응답자는 2382명 가운데 952명(39.9%)이었다. 한 차례만 야권 지지에서 벗어난 응답자는 17.1%. 지지 강도가 단단하다. 이에 반해 이 후보를 한 번도 지지하지 않은 응답자는 부동층을 포함해 14.4%에 불과했다.

놀라운 것은 이번 4차 패널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응답자의 80.8%(803명)가 네 번의 조사에서 모두 한나라당을 지지한 사람들이었다. 이 중 544명은 네 차례 조사에서 모두 이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이 후보 지지자 중 한나라당을 2회 이하로 지지한 경우는 50명도 되지 않았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이들 '골수 야당' 지지층 때문이다. 이들을 이해해야 이번 대선을 제대로 설명.예측할 수 있다.

첫째, 이번 대선에서 정당은 사라지고 인물만 남았다는 진단은 잘못이다. 정치인들은 정당을 우습게 보고 이합집산을 거듭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정당을 후보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다. 둘째, 이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강렬하다. 정권교체론에 대한 공감이 80%에 달하고 있다. 셋째, 진보를 표방하는 유권자 가운데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30%에 달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선 이념에 따른 균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넷째, '골수 야당' 지지층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대구.경북에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이들 때문에 역대 대선과 달리 민심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

"노 정부 5년의 평가
이명박 도덕성 문제가
2위 경쟁 영향 미쳐"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2위 경쟁은 선거운동이나 정책 등 내부 요인보다 외부 요인에 더 영향을 받아왔다. 앞으로도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 도덕성, 정 후보는 노무현 정권 5년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가 지지를 변경할 경우 절반 이상이 이회창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하나의 추세였다. 게다가 이회창 후보로 지지를 바꾼 응답자 10명 중 7명(69.5%)은 이명박 후보 도덕성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회창 후보가 좋아서'라는 응답은 17.5%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회창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정책보다 도덕성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정책 경쟁을 통해선 지지율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회창 후보를 '극단적' 보수로 간주하고 있다. 진보 0점과 보수 10점으로 점수를 매긴 이념 평가에서 이회창 후보를 9.0점으로 평가했다. 결국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이명박 후보 지지자를 정책적으로 유인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동영 후보 지지율은 보수 분열에도 불구하고 정체 상태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론에 대해 우리 국민 5명 중 3명 정도가 꾸준히 동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의 단일화 실패 이후 범여권 통합에 대한 기대는 3차 조사 때의 50.5%에서 44.7%로 줄었다.

정 후보는 이슈 측면에서도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분야는 고용(24.1%), 부동산(21.0%), 교육(18.1%) 순이었다. 이에 반해 2002년 대선의 주요 이슈였고 노 정권이 중시해 왔던 대북정책(5.2%)과 대미관계(2.4%)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

중앙일보-SBS-EAI-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한 대선 패널 4차 여론조사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2382명을 대상으로 했다. 유권자 패널은 4월 1차 때 3503명으로 시작해 8월 2차 때 2911명, 10월 3차 때 2524명이었고, 이번에 2382명이 참여해 68.0%의 패널 유지율을 기록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무작위 추출을 전제했을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공동 여론조사팀은 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대선 패널 여론조사를 선거일 전후 각 1회씩 두 차례 더 실시할 예정이다.

대선 패널 여론조사팀 명단

동아시아연구원(EAI)=김병국(원장.고려대).이내영(팀장.고려대).강원택(숭실대).권혁용(고려대).김민전(경희대).김성태(고려대).박찬욱(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임성학(서울시립대).진영재(연세대) 교수, 정한울.이상협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SBS=현경보 차장,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박종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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