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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팬과 함께 노는 라디오 개그 스튜디오에 방석도 깔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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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디선가 구수한 향내가 올라왔어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건 보통 방귀가 아니야, 똥방귀다아아~.’ 저는 방귀 뀐 사람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했죠. ‘야! 어디서 이상한 냄새 안 나니?’ 그때 문자가 왔어요. 바로 옆에 있던 친구한테서 온 문자였어요. ‘나니까 닥쳐’.”(똥방귀 사건)

누가 라디오 방송은 한번 전파를 타면 사라진다고 했던가. SBS ‘두 시 탈출 컬투쇼’는 온라인에서 연일 복제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예전 사연들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베스트 파일’ 형태로 돌아다닌다. 네이버 라디오 검색어 순위도 1위다. 라디오 스타로 1년 여 호흡을 맞춰 온 정찬우·김태균 콤비를 만났다.

-인기 비결이 뭘까.

“목소리 연기로 내용을 잘 살린 거다. 일부러 잘하려는 게 아니라 꾸미지 않은 스타일이 오히려 매력 아닌가 싶다. 코너가 인기를 끄니 재미있는 사연이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컬투쇼 게시판엔 하루 800여 개의 사연이 들어온다)

-방청객을 초대하는 게 특이하다.(방청객은 스튜디오 안에 방석을 깔고 앉아 참관한다. 이들의 웃음소리<2009>·<2009>반응<2009>·<2009>대화가 고스란히 전파를 탄다)

“즉각 반응이 와 좋다. 그래야 우리가 신이 난다. 4~5일치를 한꺼번에 녹음하는 명절 특집 때 말고는 늘 방청객이 있었다. 평균 20~30명, 조금 넓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목요일엔 50여 명이 온다.”

-TV 코미디는 하향세인데.

“새 인물이 없어서 그렇다. ‘개그야’는 김미려·죄민수가 살렸던 것 아닌가. 공개 코미디 장르가 오래되긴 했지만, 장르만의 문제는 아니다.”

-컬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하다. 신인은 잘 키우고 있나.

“개그맨은 키운다고 키워지지 않는다.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줄 뿐이다. 국민이 인정해 줘야 한다. 코미디언 인생에서 국민적 캐릭터 한두 개만 있어도 대단한 거다. 정말 어렵다.”

-소속사 코미디언 김미려가 연기를 하고, 나몰라 패밀리가 음반을 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가수가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듯 개그맨이 개그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유독 코미디만 폭이 좁았다.”

-‘컬투뉴스’를 제작하고 게임회사와 제휴했다.

“코미디뿐 아니라 드라마, 궁극적으론 영화까지 제작의 폭을 넓히고 싶다. 방송 사업만으론 안 된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제작<2009>·<2009>프로모션 등을 같이해야 한다.”

-코미디언의 수명이 짧은 것 같다.

“어느 장르나 다 마찬가지다. 승리하는 사람만 끝까지 가는 거다. 다만 공개 코미디에만 매여 수명이 더 짧아 보이는 거다. 방송사가 유행 따라 특정 장르로만 쏠려 코미디언이 개성을 펼치기 어렵다. 결국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

-연말 콘서트가 머지않았다.

“12월 21~2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컬투 미친 크리스마스쇼’를 한다. 단순한 개그쇼가 아니라 개그와 노래·춤·이벤트가 있는 버라이어티쇼로 보면 된다. 워커힐쇼처럼 러시아 무희를 쓸지도 모른다.”

-TV개그를 할 계획은.

“TV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다. 게다가 그런 일은 계획을 잡고 하는 게 아니다.”

-라디오 코미디의 장점은.
“상상으로 접하는 매력.”

-팬들에게 바라는 건.

“아무리 스타라도 매니어 반, 안티 반일 거다. 약간 직설적이긴 해도, 때로 귀에 거슬려도, 우리가 가식 없이 솔직하게 한다는 건 알아주고 편안히 들어주면 좋겠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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