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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시장>경동 한약재상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서울 경동한약상가에 처음 들어서면 우선 복잡한 간판부터 만나게된다. 동대문구제기동 일대의 2만5천평규모에 빽빽이 들어선 1천여개 점포의 간판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긴다. 「약국」이 2백80여곳으로 눈에 가장 많이 띄고 「한의원」이 2백50곳,「한약업사」점포가 80여곳에 이른다.이외에도 탕제원 80곳,한약방 12곳등이 뒤섞여 골목마다 다닥다닥 붙어있다.약국간판이 붙은 경동상가내의 점포는 한약재료를 파는 일종의건재상회 역할을 하는 곳이다.한의사와 달리 이곳에서는 환자에 대한 진찰.진맥이나 체질감별등과 같은 한방의료행위를 일절 못하는 곳이다.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대표적인 보약으로 널리 알려진 십전대보탕을 짓거나 여성냉증에 좋다고 자주 찾는 민간요법 수준의 한약재인 익모초등을 구입할때 이같은 약국이나 건재상회를 이용하면 값싸고 편리하다.
한약방은 약국이나 한약재료 전문취급업자인 한약업사와는 달리 간단한 환자의 진료와 진맥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침이나 뜸과 같은 고급의료행위는 하지 못하는 점포인 것이다. 또 탕제원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단순히 한약재를 달여주는 점포에 불과하다.
경동상가는 60년대부터 강원.충청.경상도등에서 생산되는 약초가 교통이 편리한 청량리역 주변에 자연스럽게 집결되면서 한약을취급하는 업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이후 70년대부터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알려지면서 급격히 확대돼 이 일대 한약재관련 유사시장까지 포함하면 7만평규모의 국내 최대 전문상가로 자리잡았다.30여년의 깊지않은 한약상가 역사(歷史)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최대의 중국 약령시인 안궈(安國)市에 버금가는 곳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올해는 유례없었던 여름 폭염에 시달린 탓에 찬바람이 불기도 전인 지난8월중순부터 주부들이 가을철 보약(補藥)을 지으러 경동상가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도 평일에는 하루평균 5천~7천명이 찾아들지만 주말에는 의정부.수원등 수도권지역에서까지 1만여명이 몰려들고 있다.지난해보다 상권이 20~30% 더 확대된 것이다.
한약관련업자들은 경동상가가 이같이 활기를 띠기는 88년 올림픽이 있던 해 최대호황을 보인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동상가는 전국의 한약재유통량의 70%를 담당하면서 일반적인 전문상가의 특징처럼 산지직송(産地直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통단계가 줄어든만큼 값이 더 싼 것으로 유명하다.
경동상가번영회 임대산(林大山)사무국장은 『동네한의원에서는 성인 보약값의 경우 30만원이 훨씬 넘어 서민들로서는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경동상가는 동네한의원의 첩약 가격보다 25~30%정도가 싼것이 공식화돼 있을 정도』 라고 말했다. 경동한약상가는 녹각.인삼등을 넣은 일반보약이 동네한의원에서30만~40만원대로 서민들이 부담을 느끼자 널리 알려진 십전대보탕 같은 보약들을 재료별로 따로 모아 아예 10만~20만원짜리 세트 포장으로 판매하고 있다.
경동상가가 일반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서민수준에 맞는한약값외에도 한의사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동상가내 보생당한의원 조충훈(趙忠勳)원장은 『한의사가 경쟁적으로 몰려있다보니 동네한의원보다는 양질의 한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도 경동한약상가인 것이다.희귀약재를 구하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문만 듣고 용하다는 한의사를 찾아 모여들고 있다.
***年 매출 4~5천억 추정 일종의 재래시장 특성상 경동상가규모를 금액으로 따질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웬만한 중소업종시장과 맞먹는 연간 4천억~5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동상가는 앞으로 경동청과시장이 구리시로 이전하는 97년께는 이곳까지 상권을 확대해 국제적인 한약상가로 발돋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동상가내 한의업 종사자들은 국내의 한의술이 중국을 과학적으로 이미 앞질렀다며 이제는 약령시장으로서의 세계최대인 안궈市를추월할 일만 남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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