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네바 포로협약 위반-趙昌浩씨 탈출로 드러난 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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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전쟁 때 북한에 포로로 잡힌 조창호(趙昌浩.64)소위가 43년만에 극적으로 탈출해 귀환함으로써 북한이 전쟁포로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음이 밝혀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趙씨의 탈출로 밝혀진 북한의 포로에 관한 국제법 위반은▲휴전후 포로교환 때 포로들을 모두 밝히지 않고 억류하고▲이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지 않았으며▲송환을 아니한 점이다.
전쟁포로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1949년)은 제2조에 인간다운 대우,제109조에 절차에 따른 송환을 규정하고 있고 북한도 이 협약에 57년 가입했다.
趙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 포로들을 국제법상 포로대우를 하지 않았다.북한이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사례는 우선 53년 유엔군과 포로교환 협상 때 포로 숫자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것이다. 그해 8월5일부터 9월6일까지 판문점에서 진행된 포로교환에서 유엔군측은 북한인민군 7만1백61명,중공(中共)군 5천6백40명등 모두 7만5천8백1명의 공산군포로를 송환했다.물론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이른바 3만여명의 반공포로 들은이승만(李承晩)대통령에 의해 석방돼 호주.이탈리아등지로 이주했다. 공산군측은 한국군 7천8백62명,유엔군 4천8백53명등 총 1만2천7백15명의 포로명단을 제출,그후 모두 1만3천4백57명을 송환했다.당시 유엔군은 행방불명자를 한국군 8만8천여명.유엔군 1만5천여명으로 집계했고,한국전쟁중 평양방 송은 『전쟁 시작후 6개월만인 50년 12월30일 현재 한국군 6만5천여명과 미군 1만여명을 붙잡았다』고 선전한 바 있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86년 펴낸『한국전쟁요약』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실종됐거나 포로가 된 한국군의 수를 8만2천3백18명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 억류된 포로들중 특히 3만여명은 총살당했거나 趙씨의 경우처럼 강제노역에 동원됐을 포로가5만명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유엔군측은 그후 휴전회담에서포로 숫자를 정확히 제시할 것을 촉구했으나 북 한은 『한국군은모두 석방했다.미군은 체질이 약해 병사(病死)했거나 美공군의 폭격으로 희생됐다』고 말해왔다.
북한의 또다른 제네바협약 위반은 전쟁포로의 부당한 대우다.
趙씨의 증언에 따르면 포로들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다 비참하게 죽어갔다.
고문과 매질,탄광등지에서의 강제노동,전후복구사업에 동원됐고 병이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또 지금도 많은 포로가 강제노동현장과 수용소등에서 쓰러져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휴전후 지금까지 북한의 우리측 포로 학대에 대한숱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증거가 없어 제네바협약 위반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북한측이 포로명단을 전부 공개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나 워낙 북한이 폐쇄적이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그동안 우리로서는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趙씨 탈출로 북한의 제네바협약위반이 드러났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趙씨의 탈출로 북한의 협약위반이 밝혀진 이상▲북한에 적극 항의하고▲유엔등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어大 이장희(李長熙)교수(국제법)는 『유엔인권규약은 모든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고 제네바협약에 보면 전쟁포로는 인도적 대우를 받아야 함은 물론 원하는 나라로 갈 수 있다』며 『북한은 이 두가지를 모두 위반하고 있다』 고 지적하고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유엔인권위원회에 북한의 포로대우 실상을 낱낱이 전달,국제사회가 개입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전문가 지만원(池萬元)박사는 『趙씨의 사례는 북한이 포로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등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개탄한 뒤『미국과 공조체제를 갖춰북한에 정치적 공세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金珉奭.金鎭國.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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